가정의 달을 보내며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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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5. 26(일) 18:15 가+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로 시작해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날을 거치면서 성년의날을 지나고 나면 부부의날로 마감하는 달이다. 아이, 부모, 스승 그리고 배우자 등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빠짐없이 챙길 수 있는 달이다. 다소 소홀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전하면서 서운함이 해를 넘지 않도록 식사자리라도 마련할 수 있는 소중한 달이다.
부부의날 까지 모두 마친 며칠 뒤 적십자 봉사단과 함께 말바우 시장에 있는 독거노인분의 집 치우기 봉사를 다녀왔다. 손쉬운 봉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묵은 쓰레기의 악취에 집안에 들어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집을 치우던 중 깨진 액자 속 가족사진을 보았다. 어버이날이 불과 보름 전인데 남모를 사연이 없다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악취에 정신없이 오전 내내 쓰레기 치우기를 마쳤다. 봉사단과 점심 식사를 하는데 노인분의 자제분이 봉사현장에 방문했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어버이날은 어떻게 보냈냐는 물음에 자제분이 쓰레기 악취에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대문칸에 카네이션을 달고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는 “부모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상적인 말일까. 과거와 달리 부모를 소홀히 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소속의 욕구’라는 단어로 자아실현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부모보다도 높은 교육수준을 이룬 자식들이 사회에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계층을 형성하는 ‘소속의 욕구’가 커질수록 기존 가족들에게서는 심리적으로 떠나고 싶은 ‘탈소속의 욕구’가 커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객지에서 힘들게 나와 살면서 마음에 맞는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고 주말도 함께 보내면서 가족의 자리가 사회이웃들로 대체되고 있는 과정일지 모른다.
실제로 1인 가정이 전체 세대비율의 30% 정도 되고 식당도 이른바 ‘혼밥’ 세대를 위한 자리배치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만혼을 떠나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의 세대가 늘어나고, 이혼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혼 소송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겪어 본 바에 따르면, 이혼의 원인은 당사자보다는 가족들의 개입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에게 말 못할 상처와 서운함이 생길 수도 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서운함이 생기면 교제를 중단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그만이겠지만, 혈연관계는 그렇지도 못하니 서운함을 풀지 못하면 곧바로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에게만 노인복지의 일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부모에게 그럴 수 있느냐는 장탄식만으로 세상이 바뀌기도 어렵다. 마침 뉴스를 보니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커뮤니티케어’라고 불리우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주택개조사업과 찾아가는 방문의료서비스 그리고 민간과의 공공협력 강화를 통한 서비스통합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요양병원으로 대표되는 노인돌봄의 ‘탈 시설화’가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 있는데 왜 세금을 들여서 사회가 그 의무를 대신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다소 거창하게 ‘사회적 효’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요양병원에 제공되는 건강보험의 예산이 40% 상당이라고 하니 위와 같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으로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만성 적자 문제가 개선될 수도 있다는 점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가족의 역할이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공동체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상, 건강한 사회를 위한 취약계층의 복지는 지역사회의 의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이제까지 중앙정부에서 큰그림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세부적으로 집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특화적인 자생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는 지역에서는 복지관을 활용하고 전통부락 형태의 지역에서는 교회 같은 종교시설을 활용하는 등의 모델이 상향식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가정의 달이 지나간다. 이제는 쓰레기 악취 민원이 아닌 돌봄의 시선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가정의 달이 오길 바라본다.
부부의날 까지 모두 마친 며칠 뒤 적십자 봉사단과 함께 말바우 시장에 있는 독거노인분의 집 치우기 봉사를 다녀왔다. 손쉬운 봉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묵은 쓰레기의 악취에 집안에 들어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집을 치우던 중 깨진 액자 속 가족사진을 보았다. 어버이날이 불과 보름 전인데 남모를 사연이 없다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악취에 정신없이 오전 내내 쓰레기 치우기를 마쳤다. 봉사단과 점심 식사를 하는데 노인분의 자제분이 봉사현장에 방문했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어버이날은 어떻게 보냈냐는 물음에 자제분이 쓰레기 악취에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대문칸에 카네이션을 달고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실제로 1인 가정이 전체 세대비율의 30% 정도 되고 식당도 이른바 ‘혼밥’ 세대를 위한 자리배치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만혼을 떠나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의 세대가 늘어나고, 이혼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혼 소송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겪어 본 바에 따르면, 이혼의 원인은 당사자보다는 가족들의 개입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에게 말 못할 상처와 서운함이 생길 수도 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서운함이 생기면 교제를 중단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그만이겠지만, 혈연관계는 그렇지도 못하니 서운함을 풀지 못하면 곧바로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에게만 노인복지의 일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부모에게 그럴 수 있느냐는 장탄식만으로 세상이 바뀌기도 어렵다. 마침 뉴스를 보니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커뮤니티케어’라고 불리우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주택개조사업과 찾아가는 방문의료서비스 그리고 민간과의 공공협력 강화를 통한 서비스통합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요양병원으로 대표되는 노인돌봄의 ‘탈 시설화’가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 있는데 왜 세금을 들여서 사회가 그 의무를 대신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다소 거창하게 ‘사회적 효’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요양병원에 제공되는 건강보험의 예산이 40% 상당이라고 하니 위와 같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으로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만성 적자 문제가 개선될 수도 있다는 점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가족의 역할이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공동체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상, 건강한 사회를 위한 취약계층의 복지는 지역사회의 의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이제까지 중앙정부에서 큰그림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세부적으로 집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특화적인 자생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는 지역에서는 복지관을 활용하고 전통부락 형태의 지역에서는 교회 같은 종교시설을 활용하는 등의 모델이 상향식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가정의 달이 지나간다. 이제는 쓰레기 악취 민원이 아닌 돌봄의 시선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가정의 달이 오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