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아직 생소하게 생각되시나요?

얼마 전 미디어아트와 관련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미국의 ZERO1과 미국무부가 주최하고 미국대사관과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아메리칸 아트 인큐베이터 워크숍’을 통해서였다. ‘스마트 홈과 사회적 포용’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로 사회적 이슈들을 기술과 접목해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는 워크숍이었다.

작가들은 물론 미디어아트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에게도 문호가 개방돼 필자와 같이 예술작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도 상당수 이 워크숍에 참가했다. 1개월여 간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 과정은 미국 UCLA 대학의 교수겸 리드작가인 로렌맥카시가 자신이 직접 설계한 ‘p5js’라는 코딩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코딩이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컴퓨터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얼굴 표정이나 몸의 위치, 사물인식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기본적인 코딩프로그램을 습득한 뒤 참가자들은 팀별로 구성됐다. 이후의 워크숍부터는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작업시간을 정해서 워크숍의 주요 주제인 ‘내가 소외되거나 배제되었던 순간이 있는가, (그렇다면) 언제, 왜,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그 당시의 느낌은 어떠했는가?’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이와 반대되는 ‘내가 소속감이나 환대를 받았을 때는 언제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장소는?’에 관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나갔다. 각자의 경험을 사회적 포용의 관점으로 확장시켰고 이를 토대로 팀의 공동의견을 도출했다. 도출된 의견을 주제로 삼아 작품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작품 기획안을 발표했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참여자들로부터 많은 의견이 제안됐다.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구체화됐다. 기술적인 문제는 로렌작가의 도움이 컸다.

팀원들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4개 팀의 작품들이 완성됐다. 1팀은 ‘Ill-Iteracy: 아날로그-디지털 기술과 장치들이 공존하는 미디어환경에서 (비)문맹 경험을 구현’했고, 2팀은 ‘I LOVE YOUt: 한국전통 윷놀이를 통해 원자화된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와 존중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3팀은‘Feel-Fill: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불안함과 공허함(Feel)을 예술참여 행위를 통해(Fill) 채워 넣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구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팀은 ‘How to Understand Your Daughter: 부모와 성인 자녀간의 갈등을 관찰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고 있다. 4개 팀의 작품들은 빛고을 아트스페이스의 미디어 338에서 지난 10-11일 전시됐다. 오프닝에서 각 작품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으로 작품 프레젠테이션과 전문가 토론자 리뷰, 객석질문 등으로 이어지면서 뜨겁고 깊이 있는 의견들이 오갔다.

이 워크숍을 통해 광주에 거주하며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미디어아트 작가들을 알 수 있었고, 작가들의 작품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반시민도 관심만 있다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바로 광주가 그런 곳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라 할 만하다.

워크숍 결과물들은 보완작업을 거쳐 다음달 22일부터 일주일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2019 ISEA (세계전자예술심포지엄)의 특별전에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된다. 시민과 작가들이 어떤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었는지 보러 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