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떠난 ‘제인스빌 이야기’를 보며 광주는?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 재생 준비중
2019. 03. 26(화) 18:48 가+가-
‘제인스빌 이야기(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세종서적).’ 지지난주 신문 출판 면에 소개된 번역서다. 워싱톤 포스트 기자가 쓴 공장이 떠난 도시 이야기다. 책에 대한 평가는 화려하다.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017년 베스트셀러’, 파이낸셜타임즈와 매킨지가 선정한 ‘올해의 경제서’, 에코노미스트가 꼽은 ‘올해의 책’ 등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필자 가슴은 저렸다.
제인스빌(Janesville)은 미국 위스콘신 주 남부에 위치한 소도시로, 록 카운티의 군청 소재지다. 도시 별칭은 ‘위스콘신의 공원(Park Place)’이다. 면적은 89.23㎢로 광주 동구와 서구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인구(2017년)는 6만4천359명이지만, 도시권(Metro) 인구는 약 16만명으로 결코 작지 않다. 접근성은 좋다. 미국 동부 보스톤과 서부 시애틀을 연결하는 90번 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하며, 시카고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45분 정도 거리다. 철도도 일찍 개통됐다.
도시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1835년 밀워키에서 2명이 이주해오면서 시작된다. 이후 인구는 1830년 300명, 1850년 3천명, 1870년 8천789명, 1900년 1만3천185명, 1925년 2만2천186명으로 늘어난다. 1840년대에 록강 댐이 건설되고 밀·직물·마차 관련 공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뉴욕과 뉴잉글랜드 등지로부터 이주자가 몰려든 결과다. 덕분에 밀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제인스빌은 1900년경 현대식 도시로 변모한다.
제인스빌이 미국인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88년 이후다. 그 유명한 파커 만년필 제조사가 제임스빌에 창립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출신 약관 25세 새포트 파커(Safford Parker)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파커사를 설립한다. 1893년 ‘럭키 커브’라는 만년필로 미국인 사랑을 받았고, 1900년 이후 연방정부에 펜을 공급하면서 사세(社勢)는 커진다. 제인스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손재주 좋은 여학생은 파커사에 쉽게 취직됐다. 하지만 1999년 파커사를 인수한 질레트사가 조립 생산 라인을 영국 뉴헤이븐으로 이전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소녀들이 선호했던 직장은 사라져버렸다.
파커사가 제인스빌을 유명하게 했다면, 도시를 먹여 살린 원동력은 GM 공장이었다. 1923년 쉐보레가 생산되면서 도시는 호황을 구가한다. 1930년대 대공항기를 제외하면 제인스빌 GM 공장은 순항했다. 1970년대 불어 닥친 미국 자동차 산업 위기 때도 제인스빌만은 예외였다. 잘나갈 때 직접 고용이 7천여 명에 달했고, 부품 하청업체를 포함하면 8천여 개 일자리가 자동차에서 나왔다. 지역 라디오 방송 뉴스는 근로자 교대 주기에 맞춰졌고, 생필품 가격은 임금 인상율과 연동돼 결정됐다. 제인스빌은 완벽한 ‘GM의 도시’였다.
하지만 2008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2010년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접한 GM 노동자와 가족들, 타 업종에 종사하는 시민들 의견은 갈렸다. 불안한 시선과 아직 1년 반 정도 남았다는 한시적 안도감과 재가동할 수 있다는 희망적 낙관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더 절망적인 후속 뉴스가 전해진다. 가동 중단을 2008년 12월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23일 공장은 멈췄다. 85년 만이다. 2015년 10월 본사는 공장의 영구 폐쇄를 결정한다.
2018년 이후 제인스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직(離職) 노동자들은 저임금 자리에 취직했거나, 취업용 재교육을 받거나, 다른 도시로 떠났다. GM 출신들이 편의점 저임금 일자리까지 넘보면서 기존 시급 노동자들 일자리를 위협받았다.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아이들은 방치됐다. 학교에서 하교한 후 다시 등교할 때까지 16시간 49분 동안 아이들은 ‘홈리스’로 전락했다. 저자는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도시를 회생시키려는 주민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군산과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월로 GM 군산 공장 폐쇄 1년이 지났다. 지표는 군산 사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직접 고용 1천2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관 산업까지 합하면 1만여 명이라고 한다. 군산국가산단 생산액(2018년)은 연간 10조 원대에서 6조 원대로 추락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GM 공장 폐쇄 후폭풍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특정 부문으로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가진 도시, 이른바 특화 산업 도시의 한계와 이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웅변한다. 요즘 외국 주요 대도시들은 ‘특화’ 전략이 아닌 ‘다양성’ 전략으로 전환한지 오래됐다. 자동차 도시로 알려진 광주광역시 특화 전략은 괜찮은 건가.
제인스빌(Janesville)은 미국 위스콘신 주 남부에 위치한 소도시로, 록 카운티의 군청 소재지다. 도시 별칭은 ‘위스콘신의 공원(Park Place)’이다. 면적은 89.23㎢로 광주 동구와 서구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인구(2017년)는 6만4천359명이지만, 도시권(Metro) 인구는 약 16만명으로 결코 작지 않다. 접근성은 좋다. 미국 동부 보스톤과 서부 시애틀을 연결하는 90번 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하며, 시카고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45분 정도 거리다. 철도도 일찍 개통됐다.
제인스빌이 미국인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88년 이후다. 그 유명한 파커 만년필 제조사가 제임스빌에 창립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출신 약관 25세 새포트 파커(Safford Parker)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파커사를 설립한다. 1893년 ‘럭키 커브’라는 만년필로 미국인 사랑을 받았고, 1900년 이후 연방정부에 펜을 공급하면서 사세(社勢)는 커진다. 제인스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손재주 좋은 여학생은 파커사에 쉽게 취직됐다. 하지만 1999년 파커사를 인수한 질레트사가 조립 생산 라인을 영국 뉴헤이븐으로 이전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소녀들이 선호했던 직장은 사라져버렸다.
파커사가 제인스빌을 유명하게 했다면, 도시를 먹여 살린 원동력은 GM 공장이었다. 1923년 쉐보레가 생산되면서 도시는 호황을 구가한다. 1930년대 대공항기를 제외하면 제인스빌 GM 공장은 순항했다. 1970년대 불어 닥친 미국 자동차 산업 위기 때도 제인스빌만은 예외였다. 잘나갈 때 직접 고용이 7천여 명에 달했고, 부품 하청업체를 포함하면 8천여 개 일자리가 자동차에서 나왔다. 지역 라디오 방송 뉴스는 근로자 교대 주기에 맞춰졌고, 생필품 가격은 임금 인상율과 연동돼 결정됐다. 제인스빌은 완벽한 ‘GM의 도시’였다.
하지만 2008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2010년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접한 GM 노동자와 가족들, 타 업종에 종사하는 시민들 의견은 갈렸다. 불안한 시선과 아직 1년 반 정도 남았다는 한시적 안도감과 재가동할 수 있다는 희망적 낙관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더 절망적인 후속 뉴스가 전해진다. 가동 중단을 2008년 12월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23일 공장은 멈췄다. 85년 만이다. 2015년 10월 본사는 공장의 영구 폐쇄를 결정한다.
2018년 이후 제인스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직(離職) 노동자들은 저임금 자리에 취직했거나, 취업용 재교육을 받거나, 다른 도시로 떠났다. GM 출신들이 편의점 저임금 일자리까지 넘보면서 기존 시급 노동자들 일자리를 위협받았다.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아이들은 방치됐다. 학교에서 하교한 후 다시 등교할 때까지 16시간 49분 동안 아이들은 ‘홈리스’로 전락했다. 저자는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도시를 회생시키려는 주민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군산과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월로 GM 군산 공장 폐쇄 1년이 지났다. 지표는 군산 사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직접 고용 1천2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관 산업까지 합하면 1만여 명이라고 한다. 군산국가산단 생산액(2018년)은 연간 10조 원대에서 6조 원대로 추락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GM 공장 폐쇄 후폭풍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특정 부문으로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가진 도시, 이른바 특화 산업 도시의 한계와 이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웅변한다. 요즘 외국 주요 대도시들은 ‘특화’ 전략이 아닌 ‘다양성’ 전략으로 전환한지 오래됐다. 자동차 도시로 알려진 광주광역시 특화 전략은 괜찮은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