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1절을 앞두고 특별히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1세기를 건너뛰어 100주년을 맞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지만 직전 국무회의를 개최한 장소가 백범 김구 기념관이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공공청사가 아닌 곳에서 국무회의를 여는 건 처음이라고 하며, 문 대통령은 “정부 최고 심의의결 기관인 국무회의를 백범 김구 선생과 독립투사, 임시정부 요인들의 높은 이상과 불굴의 의지가 실린 뜻깊은 장소에서 하게 되니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고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수상이 2차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들은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미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해왔고 침략국가로서 진정한 사과가 먼저라는, 또는 우려와 실망이라는 논평만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우리나라가 국무회의를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반드시 기억하고 평가해야 할 독립운동이 있으니 바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이다. 올해 90주년을 맞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3대 독립운동으로 평가받는 독립운동이다. 1920년대 학생들의 항일운동을 총결산하는 결정판이었고 학생들이 민족운동의 선두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한 학생역량의 최고점을 보여줬다.

전국적인 항일운동으로 발전하여 5개월여 지속되는 동안 320여개 학교, 5만4천여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으며 해외에도 파급되어 만주의 간도와 길림성, 중국의 상해와 북경, 그리고 일본과 미주지역에서도 격려 집회와 만세시위가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을 깨어나게 한 것이 바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인 것이다.

하지만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그 의미가 평가 절하되고 역사적 평가나 정신계승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53년 학생의 날이 제정됐지만 1973년에는 기념일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1973년 3월30일 -학생의 날 폐지-정부는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53개 기념일을 26개로 줄이면서 ‘학생의 날’을 기념일에서 제외시켰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을 통폐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당시 유신체제에서 학생시위 사태를 의식한 조처라는 게 중론이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홈페이지 내용) 1984년 학생의 날로 다시 살아났지만 독립운동이라는 명칭이 빠졌고 이후 2006년에서야 비로소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 이름을 찾았다.

그렇지만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에서 조차도 그 역사적 의미나 가치들이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 지난해 내놓은 인식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광주의 초·중·고교생 중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아는 학생은 4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2·28민주운동 기념식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도 국가차원에서 예우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월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89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사에서 “학생들의 숭고한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학생독립운동지사에 대해 예우하겠다”고 언급했다.

항일의 불씨를 당겼던 학생들의 정신이 후대 학생들 마음속에 기억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부는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세우자는 차원에서 정부 주관 행사로 위상을 높인 것이다.

특히 대통령은 지난해 보훈처 업무보고 당시 “3대 독립운동 중 하나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은 동문회 주관행사로 전락해 정부 관계자가 참석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니,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들의 무심함, 소홀함이 부끄럽다. 이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재조명하여 그 숭고한 정신을 기려 높이 받들고, 시민과 학생들이 학생독립운동 정신을 교감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