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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동 ‘로고거리’ 세금 낭비·실효성 논란
전철우 사거리 설치 ‘로고젝터’ 30대 예산만 1억원
1곳당 250만원…시민·상인 “먹거리골목 활성화 글쎄”

2019. 03.19. 19:35:45

광주시의 ‘대표거리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1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북구가 올해 1월 용봉동 전철우 일대에 30대의 ‘로고젝터’를 설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술이 술이 마술이 커플이 되어라(인도 바닥에 비춰진 글귀), 이거 뭐여?”

광주 북구 용봉동 전철우 사거리를 지나가던 시민 박모(38)씨는 인도 바닥을 비춘 글귀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글귀를 계속 지켜본 박씨는 약 5초 후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라는 글귀가 바뀐 것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박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 이 곳을 자주 방문하지만 최근 인도 바닥을 비추고 있는 이 글귀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또 이 글귀를 비추는 ‘로고젝터’는 왜 설치됐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며 “수십 개가 설치됐다는데, 다소 의아스럽다”고 토로했다.

19일 북구에 따르면 가로등 상단에 설치돼 인도바닥에 글귀를 투사하는 ‘로고젝터(이미지와 문구를 비추는 LED 조명장치)’는 전철우 사거리 도로(국민은행부터 광주은행(삼거리)까지) 양쪽으로 총 30대가 배치돼 있다.

1개소 당 약 5초 간격으로 3-4컷씩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으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 운영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시가 대표거리 조성을 위한 사업을 자치구별로 공모해 주민공동체 및 골목경제 회복을 위해 5개 자치구에 1억원씩 총 5억원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구의 경우 먹자골목만의 캐릭터와 글귀를 통해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고, 침체된 용봉동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로고거리’ 사업을 제출, 선정돼 올해 1월 초 로고젝터 시설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목 활성화에 기여를 할 것인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예산낭비 지적도 불거졌다.

용봉동에 거주하는 최모(29)씨는 “최근 야간 길거리 안전대책 중 하나로 로고젝터가 설치돼 야간 보행 시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탁상행정의 전형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북구는 상가 로고도 들어가 있어 상인들이 좋아하고, 상가협의회에서는 계속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로고젝터가 설치된 13개소를 확인해본 결과 상가 로고가 들어가 있는 문구는 한 곳도 없었다. 1개소 당 4컷씩 52개의 문구를 봤으나 ‘YONG BONG, 캐릭터(이미지), 네가 참 자랑스러워’ 등의 문구와 이미지 뿐 상권 활성화를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사실상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전철우 사거리 인근 골목 곳곳에 보도블록이 깨진 곳이 있어 불편한 점이 크다. 시민들이 오고가기 편한 도로를 정비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광주시가 추진한 대표거리 조성사업은 북구 뿐만 아니다. 광산구 ‘걷고 싶은 거리’, 남구 ‘3·1만세운동 태동지 역사문화길’, 서구 ‘농성음식문화의 거리’, 동구 ‘은행나무 거리’다. 이들 자치구에서는 로고젝터 설치가 아닌 그 지역과 연관된 대표거리 조성과 보행환경 개선 등의 아이템을 기반으로 예산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1개소 당 250만원에 로고젝터를 구입하고 전기공사 등에 대해 설치 비용만 총 1억원(시비)을 투입했다. 전국 자치구 중에서 복지비 비율이 많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북구는 앞으로 운영비를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좀 더 세심한 대안 마련과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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