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 당사자와 도우미, 친구 혹은 부모의 수기를 한데 묶은 ‘소수자들의 삶과 기록’이 출간됐다. 이 책은 성노동자와 장애인, 병역거부자, 가정 밖 청소년, 성소수자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반 문학적 담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소수자들의 수기를 담아낸 책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책을 엮은 윤수종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더욱더 소수적인 것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글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소수자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텍스트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부딪히자, 당사자가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 주는 도우미가 필요했다”며 “연구자들이 소수자들을 면담해 채록한 것을 ‘말하는 식으로’ 인용하고 설명해 나가는 텍스트를 기록하게 됐다”고 밝혔다.

책은 크게 ‘이동’, ‘감금’, ‘장애’, ‘주체성’이란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먼저 ‘이동’은 가정 밖 청소년들의 이동하는 삶, 탈가정 10대의 이야기, 성노동자의 탈성매매 과정, 1980년대 말 넝마주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금’은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 군대 안의 감옥 ‘영창’을 소재로 다루며, ‘장애’는 탈시설 장애인 부부의 목소리, 어려서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의 이야기, 발달장애아를 키우며 조현병을 앓았던 언니를 둔 사람의 소설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주체성’은 에이즈감염인의 자기고백 글, 성소수자부모들의 인터뷰, 1960년대 서울의 재개발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수록돼 있다.

한편, 윤수종 교수는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 ‘욕망과 혁명’, ‘자율운동과 주거 공동체’ 등의 저서가 있으며, 소수자 관련 책으로 ‘다르게 사는 사람들’, ‘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를 펴냈다. 네그리, 가타리, 라이히 등을 중심으로 자율사상에 관련된 책들을 번역, 소개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