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최근 전국 곳곳엔 복합문화공간, 대안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광주에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들어서 눈길을 끈다. 바로 광주 남구 사동의 ‘살롱 드 솔리튜드’(Salon de Solitude·남구 사동 177-47)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건 이 곳의 위치다. 골목길도, 아닌 언덕 한켠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20일 오전 솔리튜드를 찾았다. 찾아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통기타거리 입구로 올라가 사직공원 전망대 인근에서 또 다시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가면 마침내 솔리튜드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사직동물원 윗길이라고 하면 더욱 쉽다. 이곳에 도착하니 크게 난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전시 작품들이 먼저 반긴다.

조아애 살롱 드 솔리튜드 대표

솔리튜드는 큐레이터이자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조아애(32) 대표가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살롱 드 솔리튜드’란 공간 이름은 ‘솔리튜드’(Solitude)의 ‘한적함’, ‘한가함’이라는 뜻을 담아 ‘누구나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솔리튜드는 올해로 40년이 된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이다. 지상 2층 건물로, 솔리튜드는 2층에 위치하고 있고 1층은 조 대표의 친오빠인 조영운 사진작가가 스튜디오로 운영한다.

조 대표는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과를 졸업하고 기업가 대상 미술·문화교육을 하는 프리랜서 강사이자 큐레이터로 일해 왔다. 5년여 전부터는 화순의 중요민속문화재 152호 ‘화순 양참사댁’을 리모델링한 공간인 ‘한옥152’에서 한옥스테이, 힐링 요가, 전통혼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화순에서의 경험, 문화교육자로서의 경력 등을 기반으로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솔리튜드’를 열게 됐다.

조 대표는 “사실 ‘문화’는 접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강의를 다녀보면 문화에 대해 너무 어렵게만 접근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생활 속에서 문화를 만나는 쉬운 창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간 곳곳에선 조 대표의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실제 통통배의 나무 자재를 가져다 테이블로 만들었고, 오래된 한옥에서 쓰여졌던 궤짝, 통나무 등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살롱 드 솔리튜드의 내부 전경.

특히 옛집의 다락이자,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그대로 살려 또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16평이라는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모던하면서도 옛것의 아늑함이 묻어나는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솔리튜드는 미술품 전시 공간을 메인으로 한다. 조 대표가 직접 전시를 큐레이션 하며, 1-2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전시를 열 계획이다.

또한 봄 시즌부터는 야외와 옥상 공간을 활용해 작은음악회를 열 예정이며, 미술 강연, 원데이 클래스 등 교육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할 방침이다.

솔리튜드의 개관 기념 초대전은 광주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작가 김성결씨가 꾸민다.

‘여여’(如如·있는 그대로를 보다)를 주제로 하는 이 전시에선 김 작가의 신작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15일까지 열린다.

조 대표는 “솔리튜드는 누구나 조용하고 차분히 쉬고 싶을 때 찾는 공간을 목적으로 한다”며 “광주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커피 한 잔과 미술품 감상을 통해 소소한 문화나눔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