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공항 논란을 보며 무안국제공항은 어쩌나
이정록
전남대 교수·전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교수·전 대한지리학회장
- 재생 준비중
2019. 02. 19(화) 19:10 가+가-
공항 문제로 영남 지방이 시끄럽다. ‘통합대구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놓고 영남 지역 주민 간 파열음이 싹틀 조짐이다. 통합대구신공항이란 대구 시내에 있는 군공항(K2)을 인근 외곽으로 이전해 대구 경북 거점공항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을,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에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2의 국제공항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단초는 대통령 발언에서 비롯됐다.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 부산대개조 비전 선포식’ 참석차 부산에 온 대통령 발언 때문이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발언은 지극히 원칙적이고 원론적이었다.
문제는 대통령 발언을 각각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면서 불거졌다. 부산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폐기됐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대구 경북은 신공항 건설 논의가 현재 추진 중인 통합대구신공항 건설 계획을 지연시킬 것으로 해석했다. 대통령 발언을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던가.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시민 숙원사업이다. 김해공항은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에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1970년대부터 요청했지만 재정 문제로 어려웠다. 1990년대 정부와 부산은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후보지까지 물색했지만 인천과 청주 등 공항 건설로 좌초됐다. 노무현 정부도 신공항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을 추진했지만 밀양과 가덕도가 치열하게 경쟁하자 2011년 3월 백지화를 선언한다. 신공항 건설을 공식화한 박근혜 정부도 입지 갈등이 표출되자 2016년 6월 김해신공항 확장과 통합대구공항 이전을 대안으로 발표하고 신공항은 용도 폐기한다.
대구·경북은 밀양 신공항 건설이 폐기되자 통합대구신공항 건설로 선회했다. 2016년 12월 이전 후보지를 대구 인근 5곳으로 도출했고, 2017년 2월 2곳(군위군 우보면,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박근혜 표 사업’이란 꼬리표가 달린 신공항 이전이 무산될 거란 소문이 번졌고, 대구공항 이전반대 시민모임까지 결성됐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대구·경북은 대구공항 존치 여론을 잠재우고 신공항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이 나온 것이다.
부산 사정은 대구·경북과 다르게 전개됐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부활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김해신공항을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천명했다. 울산·경남 지자체장도 가세했다. 부산 입장에선 충분히 재론(再論) 가능한 현안이다. 우리나라 제2 수도에 걸맞은 번듯한 국제공항을 갖는 것이 부산과 영남은 물론이고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 된다는 논리는 틀리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부산 정권’ 아닌가.
여기에서 걱정이 생긴다. 영남 지방에서 등장한 신공항 논란이 광주·전남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나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벌써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앞의 정권에서 백지화됐던 신공항 건설을 다시 꺼내니 그렇다. 만약 의심이 현실화 된다면 광주·전남도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광주군공항 이전은 몹시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일명 ‘24조 예타 면제 사업’으로 토건 정부란 비판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가 향후 SOC 관련 예산 배분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은 자명해서다.
영남 지방과 달리 우리 지역에선 공항 관련 뉴스가 들리지 않는다. 영남권 신공항 재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우리 지역에서도 광주공항을 계획보다 빨리 무안공항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광주군공항 이전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조용했다. 향후 무안공항의 경쟁자로 등장할 새만금 신공항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을 때도 지역사회는 그랬다.
‘조용한 광주·전남.’ 좋은 시그널인가. 무관심한 시그널인가. 체념의 시그널인가. 아니면 무지(無知)의 시그널인가. 참으로 분간하기 어렵다.
단초는 대통령 발언에서 비롯됐다.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 부산대개조 비전 선포식’ 참석차 부산에 온 대통령 발언 때문이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발언은 지극히 원칙적이고 원론적이었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시민 숙원사업이다. 김해공항은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에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1970년대부터 요청했지만 재정 문제로 어려웠다. 1990년대 정부와 부산은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후보지까지 물색했지만 인천과 청주 등 공항 건설로 좌초됐다. 노무현 정부도 신공항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을 추진했지만 밀양과 가덕도가 치열하게 경쟁하자 2011년 3월 백지화를 선언한다. 신공항 건설을 공식화한 박근혜 정부도 입지 갈등이 표출되자 2016년 6월 김해신공항 확장과 통합대구공항 이전을 대안으로 발표하고 신공항은 용도 폐기한다.
대구·경북은 밀양 신공항 건설이 폐기되자 통합대구신공항 건설로 선회했다. 2016년 12월 이전 후보지를 대구 인근 5곳으로 도출했고, 2017년 2월 2곳(군위군 우보면,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박근혜 표 사업’이란 꼬리표가 달린 신공항 이전이 무산될 거란 소문이 번졌고, 대구공항 이전반대 시민모임까지 결성됐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대구·경북은 대구공항 존치 여론을 잠재우고 신공항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이 나온 것이다.
부산 사정은 대구·경북과 다르게 전개됐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부활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김해신공항을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천명했다. 울산·경남 지자체장도 가세했다. 부산 입장에선 충분히 재론(再論) 가능한 현안이다. 우리나라 제2 수도에 걸맞은 번듯한 국제공항을 갖는 것이 부산과 영남은 물론이고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 된다는 논리는 틀리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부산 정권’ 아닌가.
여기에서 걱정이 생긴다. 영남 지방에서 등장한 신공항 논란이 광주·전남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나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벌써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앞의 정권에서 백지화됐던 신공항 건설을 다시 꺼내니 그렇다. 만약 의심이 현실화 된다면 광주·전남도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광주군공항 이전은 몹시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일명 ‘24조 예타 면제 사업’으로 토건 정부란 비판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가 향후 SOC 관련 예산 배분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은 자명해서다.
영남 지방과 달리 우리 지역에선 공항 관련 뉴스가 들리지 않는다. 영남권 신공항 재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우리 지역에서도 광주공항을 계획보다 빨리 무안공항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광주군공항 이전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조용했다. 향후 무안공항의 경쟁자로 등장할 새만금 신공항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을 때도 지역사회는 그랬다.
‘조용한 광주·전남.’ 좋은 시그널인가. 무관심한 시그널인가. 체념의 시그널인가. 아니면 무지(無知)의 시그널인가. 참으로 분간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