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망언 파문과 관련해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된다. ▶관련기사 3·4면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와 정치권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거나 북한군이 남파됐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왜곡·폄훼하는 것은 우리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자기부정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5·18 망언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18 역사에 대한 훼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한다”며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에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고 지금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민주화 운동을 대상으로 오직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이 단호하게 거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 운동은 199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 1995년의 5·18 민주화운동특별법, 2002년의 5·18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되고 보상대상이 됐으며 희생자와 공헌자를 민주화 유공자로 예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1997년부터 5·18이 민주화운동 국가기념일이 된 후 역대 정부는 매년 그날 국가기념식을 거행하며 5·18 정신의 계승을 천명해 왔다”고 했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은 4·19 혁명, 부마 민주화 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정신의 토대 위에 서 있다”며 “그 민주 이념을 계승해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 자유 민주주의를 선언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5·18 망언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광주와 서울을 넘어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까지 이어지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대구·경북 6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국회는 ‘5·18 망언’ 국회의원 3명을 제명하고 적폐 정당인 한국당은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당 전당대회 순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북구 엑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의 망언은 5·18 민중항쟁 사실을 왜곡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의 피땀 어린 역사를 통째로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과오를 인정하고 망언 의원 3명을 국회에서 퇴출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5·18 망언과 관련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권 시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어제(16일) 광주시장님께 문자를 드렸다. 광주시민에 대한 저의 사과와 위로는 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달빛동맹의 파트너인 대구시장으로서 공적인 것이며, 한국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제 양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썼다. 이에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장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화답하기도 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