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내 얼굴에 왕의 상이 있더냐?” / “상은 변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인기리 상영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의 질문에 관상가 김내경의 대답으로, 풀어보면 이런 내용일 것 같다.

‘세상에 정해진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꾸어보겠다는 열망을 드러내는 순간, 얼굴의 상도, 역사도 변하는 것입니다!’

관상이나 사주를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는 좀 달리 해석하고 있다. ‘얼굴에 드러난 상으로 풀어보는 운명은 이미 정해진 듯 보이지만 꼭 정해진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른 운명들과 만나면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섞여서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대적 관점에서 관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태어날 때 정해진 상보다는 자신의 열망, 긍정적 예감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한 나라의 경기도 운명처럼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 구성원들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호경기도 되고 불경기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황이라는 것은 구성원들의 경기예감이 나쁜 쪽으로 우세를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아야한다. 너나없이 부정적인 사고에 빠져 나쁜 예감만 하게 되면 불안은 더욱 증폭되어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 다 힘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불황의 나락은 한번 빠지게 되면 그것을 탈출해 경기가 완만하게라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수많은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요즘 경기에 대해서 비관적인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불황을 예견하고 몸을 움츠리고 지갑을 닫아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그레그 이스터브룩은 그의 책 ‘비관이 만드는 공포, 낙관이 만드는 희망’에서 비관주의가 대세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변화가 심한 사회에서 낙관으로 희망을 주는 정치보다 비관으로 공포를 만드는 정치가 더 쉽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선진국들이 집단으로 불행한 이유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일종의 ‘붕괴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선진국은 ‘불안’과 ‘공포’라는 집단 심리가 팽배하며, 이것은 비관주의 지식인들이 만든 ‘비관적 어젠다’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비관에 의한 공포 바이러스’ 때문이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역사의 화살은 지속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하고, 인류의 진전을 위해선 비관주의 역사론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중 누구도 우리나라의 경기가 침체되거나 불황이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경기는 그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가는 집단의 군무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나락에 빠지기 전에 긍정적 사고와 좋은 예감으로 무장하여 부정적 심리를 걷어내야 한다. 진정 활성화된 경기를 바란다면 나부터 긍정적 예감으로 무장하고 ‘된다’고 큰 소리로 외쳐야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기도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제적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서 한국경제는 호황과 불황이 결정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쿠시나가르의 사라나무 숲에서 펼쳐진 마지막 가르침에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설파한다. “세상은 변한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스스로 등불로 나서야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고자 한다면 남이 아닌 나에게 의지해야한다. 좋은 예감으로 스스로 무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전한 국민이 한국사회의 희망이요,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