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은 늘 뉴스의 중심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각종 언론의 사회면 뉴스가 검찰 관련 기사로 도배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중요인물들은 검찰청에 소환되면 뚜렷한 법적근거가 없음에도 마치 의무사항이라도 되는 것처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언론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은 그대로 생방송으로 보도된다. 이번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다른 피의자들과는 다르게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러 오면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대법원 앞에서 언론인터뷰를 한 것으로 초미의 관심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관심사건의 수사상황은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진다. 이 때문에 종종 피의자 자살 등 불상사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피의사실공표죄로 문제된 적은 사실상 없다.

특히 지금의 검찰은 수년째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서있다. 탄핵사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등 각종 적폐수사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한 많은 권력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참여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 당시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은 수사로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 이유는 정치검찰로 비판받던 이전의 검찰과는 달리 살아있는 권력인 여당에 대한 수사까지도 법과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민들 눈에 그때의 검찰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찰로 보여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의 검찰은 이를 유지하지 못했고 정치검찰로 다시 회귀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국민적 불신과 개혁의 단골메뉴가 됐다.

국민들의 눈에 비춰진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무서운 기관이다.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강제수사권을 통해 수사 관련자들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고 교도소에까지 보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인식이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적폐수사를 통해 한때를 풍미했던 많은 권력가들이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권의 막강함을 보다 절실히 느끼게 됐다. 더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사법부도 검찰수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불도저 같은 검찰의 돌진을 사법부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권의 막강한 힘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은 늘 개혁의 대상이었고 대선공약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있으니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검찰개혁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것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제도개혁이다. 이러한 주장은 비단 이번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도 나왔었고 그 이전 정부 때도 나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검찰의 필사적인 방어도 있지만 막상 정권을 잡게 되면 검찰권이라는 달콤한 보검을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검찰권은 양날의 칼이다. 집권세력에게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검이지만, 반대세력에게는 흉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집권 전에는 검찰개혁을 외치다가도 막상 집권하고 나면 이를 활용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인사권 독립이다. 그동안 검찰이 비난을 받았던 것은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는 열심히 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권력을 처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은 정치검찰 내지 정권의 시녀로 비판을 받아왔고 개혁의 주된 명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도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주창하였지만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적폐수사의 주체가 검찰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그 어느 정부보다도 검찰을 많이 활용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검찰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대선자금 수사 때와 같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혁은 개혁의 필요성과 그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검찰개혁으로 국민의 검찰로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