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했던 ‘충효열’(忠孝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금석문(金石文·금속이나 돌로 만든 각종 유물에 있는 명문)은 광주에 얼마나 남아있을까?

광주문화원연합회는 최근 김대현 전남대 교수와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이 1차 조사한 결과 613개의 금석문이 광주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목록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석은 송덕비(頌德碑·공덕을 칭송하는 문자를 새긴 비)로 160개이며, 정려(旌閭·충신, 효자, 열녀 등을 그 동네에 정문(旌門)을 세워 표창하던 일)와 충효열비 116개, 유허비(遺墟碑·선현의 자취가 있는 곳을 길이 후세에 알리거나,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와 사적비 66개, 묘비와 신도비(神道碑·왕이나 고관의 무덤 앞 또는 무덤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 죽은 이의 사적(事蹟)을 기리는 비) 65개, 기념비와 현충위령비 56개, 시비 52개, 묘정비 19개, 열사비 17개였고 이밖에 동상 29개, 기타 33개다.

광주향토문화자료총서 15권으로 발간한 ‘광주 금석문, 아름다운 이야기’는 광주의 곳곳에 남아 있는 송덕비, 유허비, 묘정비 등과 같은 비석이나 기념비, 동상, 시비 등 우리가 기억하려는 이야기를 1차적으로 정리했다.

1부 ‘과거의 기억을 찾아서’는 금석문과 기억, 금석문과 역사, 우리나라 금석문의 특성, 현장에서 기억하는 감동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2부 ‘비석은 어떤 것들이 있나’는 비석의 유래와 형태, 종류를 소개했다.

광주 서구 서창동 동하마을 입구에 광주시 문화재자료 제5호인 만귀정과 일제강점기 때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문인들의 ‘만귀정시사창립기념비’가 있다.

3부 ‘아름다운 이야기’는 광주지역의 비석 유형을 크게 10가지로 구분하고 간단한 설명과 사진을 함께 실어 시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금석문은 대부분 돌에 새겨져 있으며 대부분 관련된 장소에 남아있어 역사성과 장소성을 함께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이런 기록들이 대부분 문중이나 일부 기관에서 관리하다보니 광주에 얼마나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부록으로 613개의 ‘광주금석문 목록표’를 만들어 비석의 이름과 주인, 주소 등을 실어 다른 연구자들이 쉽게 현장을 찾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일부 기록만 남은 금석문도 포함했다. 이들 금석문은 어떤 경우는 개인적인 기록이며 정부나 지방 기관에서 남겨놓은 비석도 있다. 무엇이든 당시의 역사와 사회상을 읽을 수 있고 시대적인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같은 가치를 가진 광주 금석문은 문화도시 광주의 역사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금석문은 역사적 가치가 있거나 기억의 가치, 때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갖는 경년의 가치 등 후대에게 남겨진다.

김대현 교수와 정인서 원장은 광주금석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곳곳에 산재한 자료들의 현황 파악에 중점을 뒀다.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은 “물론 금석문에 적혀 있는 것들이 모두 객관적이지는 않다. 지나치게 미화하여 기록하거나 형식적인 찬양도 있는데, 이는 일부 송덕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렇더라도 그 시대에 이 지역에 누가 살았다거나 관직을 가졌거나, 이곳에 다녀갔다는 흔적들을 담고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창나루 마지막 뱃사공 박호련이 큰 나눔을 실천해 마을주민들이 세운 ‘시혜불망비 2기’와 ‘농선대시주비 1기’가 서창치안센터 맞은 편 도로변에 있다. /서구문화원 제공

자세한 내용이나 비문 등은 별도 누리집(www.gjsgcc.or.kr)에서 지속적으로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