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청년’ 타 지역으로 안 빠지도록 해야 한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 재생 준비중
2019. 01. 08(화) 18:20 가+가-
2013년 일본 서점가에 화제작이 있었다. 고단사(講談社)에서 2011년 펴낸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 2년에 걸쳐 15만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서(민음사, 2014)가 나왔다. 도쿄대 사회학 박사과정 연구생인 저자(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사토리 세대’ 정체성을 분석해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사토리 세대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났으며, 득도(得道)한 것처럼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 없는 청년들을 말한다. 사토리는 일본어로 ‘깨달음’ ‘득도’ 등을 뜻한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불황에서 태어나 경기 활황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급여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애초부터 큰 욕심이 없다. ‘적게 벌어 적게 쓰며’ 자족(自足)한다.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청년’이 출현했다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사는 일본은 지금 ‘구인난’으로 몸살이다.
필자는 한국판 ‘사토리 세대’도 곧 등장할 것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다. 과제가 중·고보다 몇 곱절 많다. 아르바이트는 필수가 돼 동아리 활동이나 소개팅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짱짱한 스팩(SPAC)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본인들 눈높이에 맞는 직장이란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지방대 출신에 대한 홀대는 상수(常數)가 된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도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청년들이 늘기 시작했다. 필자 학생들한테서도 감지된다.
최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필자는 작년에 노사발전재단 의뢰로 전남 광양시를 사례로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을 조사·분석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선호도는 괜찮았다. 물론 설문 조사에 참여한 표본 집단에 직업 훈련 기관 교육생이 다수 포함됐지만, 전체 응답자의 55.0%가 ‘괜찮다’고 인식했다. ‘보통이다’는 응답도 33.2%였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청년 구직자들이 자신이 현재 사는 곳에서 취업하길 원한다는 점이었다. 전남 동부권 거주 응답자의 67.5%가 동부권에서, 광주권 거주 응답자의 66.7%가 광주권에서 각각 취업하길 원했다.
필자 연구 결과와 비슷한 자료가 작년에 여럿 발표됐다. 광양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 광양시 거주 청년(19-39세) 구직자의 87.9%가 광양에 있는 직장을 선호했다. 희망 월평균 임금은 32.1%가 200-250만원, 25.0%가 150-200만원이었다. 대전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 청년 구직자의 85.2%는 대전에 있는 직장을 원했다. 경남 창원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74.8%는 창원에 있는 직장을 선호했다. 순천시 ‘2017년 청년 통계’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74.4%는 순천에 있는 직장에 취업하길 원했다. 집 근처에서 ‘괜찮은 직장’을 찾고 싶어 했다.
청년 일자리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그동안 관련 시책을 많이 만들어 시행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신년사에서 10대 핵심 시책 중 5번째로 “청년들 구직 단계에서 교통 수당과 지원금을 지원하고, 취업 정보 공유를 위한 거점 공간을 조성하며, 대학 내 취업 인프라를 강화하여 구직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신년사에서 “청년 구직 활동 수당, 주거 지원금 등을 새롭게 지원하고, 청년 근속 장려금도 확대해 전남에 청년이 모이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청년 일자리 관련 방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민하고 재검토해 볼만한 핵심이 있다. ‘청년을 돌아오게 하겠다’에서 ‘있는 청년이 타 지역으로 안 빠지도록 하겠다’는 정책 전환이 그것이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타 시·도에 있는 청년을 우리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과 현재 광주·전남에 살고 있는 청년이 타 시·도로 안 빠지도록 하는 정책은 기본 개념·전략·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인구에 대한 다양한 성향과 통계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10년 이내에 한국판 ‘사토리 세대’가 출현할 것이 분명하다. 요즘 돌아가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예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판 사토리 세대를 위해서는 광주시와 전남도 청년 일자리 정책의 기본 컨셉을 바꿔야 한다. 청년 인구에 대한 축적된 통계와 연구를 바탕으로 ‘있는 청년’이 타 시·도로 안 빠지도록 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준비하자.
사토리 세대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났으며, 득도(得道)한 것처럼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 없는 청년들을 말한다. 사토리는 일본어로 ‘깨달음’ ‘득도’ 등을 뜻한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불황에서 태어나 경기 활황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급여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애초부터 큰 욕심이 없다. ‘적게 벌어 적게 쓰며’ 자족(自足)한다.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청년’이 출현했다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사는 일본은 지금 ‘구인난’으로 몸살이다.
최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필자는 작년에 노사발전재단 의뢰로 전남 광양시를 사례로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을 조사·분석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선호도는 괜찮았다. 물론 설문 조사에 참여한 표본 집단에 직업 훈련 기관 교육생이 다수 포함됐지만, 전체 응답자의 55.0%가 ‘괜찮다’고 인식했다. ‘보통이다’는 응답도 33.2%였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청년 구직자들이 자신이 현재 사는 곳에서 취업하길 원한다는 점이었다. 전남 동부권 거주 응답자의 67.5%가 동부권에서, 광주권 거주 응답자의 66.7%가 광주권에서 각각 취업하길 원했다.
필자 연구 결과와 비슷한 자료가 작년에 여럿 발표됐다. 광양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 광양시 거주 청년(19-39세) 구직자의 87.9%가 광양에 있는 직장을 선호했다. 희망 월평균 임금은 32.1%가 200-250만원, 25.0%가 150-200만원이었다. 대전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 청년 구직자의 85.2%는 대전에 있는 직장을 원했다. 경남 창원시 ‘2018년 청년 통계’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74.8%는 창원에 있는 직장을 선호했다. 순천시 ‘2017년 청년 통계’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74.4%는 순천에 있는 직장에 취업하길 원했다. 집 근처에서 ‘괜찮은 직장’을 찾고 싶어 했다.
청년 일자리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그동안 관련 시책을 많이 만들어 시행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신년사에서 10대 핵심 시책 중 5번째로 “청년들 구직 단계에서 교통 수당과 지원금을 지원하고, 취업 정보 공유를 위한 거점 공간을 조성하며, 대학 내 취업 인프라를 강화하여 구직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신년사에서 “청년 구직 활동 수당, 주거 지원금 등을 새롭게 지원하고, 청년 근속 장려금도 확대해 전남에 청년이 모이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청년 일자리 관련 방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민하고 재검토해 볼만한 핵심이 있다. ‘청년을 돌아오게 하겠다’에서 ‘있는 청년이 타 지역으로 안 빠지도록 하겠다’는 정책 전환이 그것이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타 시·도에 있는 청년을 우리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과 현재 광주·전남에 살고 있는 청년이 타 시·도로 안 빠지도록 하는 정책은 기본 개념·전략·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인구에 대한 다양한 성향과 통계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10년 이내에 한국판 ‘사토리 세대’가 출현할 것이 분명하다. 요즘 돌아가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예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판 사토리 세대를 위해서는 광주시와 전남도 청년 일자리 정책의 기본 컨셉을 바꿔야 한다. 청년 인구에 대한 축적된 통계와 연구를 바탕으로 ‘있는 청년’이 타 시·도로 안 빠지도록 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