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몸하면 바비인형 몸매를 연상한다. 길고 가녀린 팔과 다리 그리고 우아한 목선.

그 자태만으로 황홀한 발레리나의 체형에 그 누구도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상적인 체형을 가진 발레리나라면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로 성장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생긴다.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연합뉴스 DB.

물론 천부적 재능과 타고난 몸매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필수 조건이다.

지난달 서울 유니버설발레단 ‘라바야데르’ 공연에 세계적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등장으로 객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발레의 종주국 러시아에서는 이런 몸매의 발레리나들이 많겠지만은 그녀만의 강점인 인간의 상상 이상의 유연성과 깊은 감정, 표현의 원숙미는 최고였다.

신이 주신 아름다운 신체 조건과 명료한 테크닉으로 주목받는 이 발레리나도 나름 고충은 있을 것이다.

처음엔 최고의 찬사를 받는 자하로바를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적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건 바로 표현력이다. 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데 ‘나쁘다’는 표현보다 ‘아쉽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연기력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졸루타(prima-ballerina assoluta·프리마 발레리나 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무용수를 뜻한다)의 경지로 가는 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가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리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녀의 약점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오기에 그게 더욱 커 보이는 것이다.

광주시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연습 장면.

그러나, 최근 공연을 보면 그런 느낌이 다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받는다. 성숙미가 더해지니 더욱 발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한국 나이로 마흔 살, 전설을 써나가고 있는 발레리나는 숱하게 들었을 은퇴 계획 질문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춤추는 몸은 일상의 몸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용수의 몸은 현실로부터 벗어난 환상을 연출하고, 그 아름답고 특별한 몸을 바라보며 쾌감을 얻는다. 무용수의 몸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환상을 구현하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다치지 않고 더 아름답게 단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은 내게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이 나와 같은 하루를 보내기 전에는 나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가 편안하게 길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때 나는 발가락으로 온 몸을 지탱하며 목숨을 걸고 전쟁처럼 하루를 보냈다.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은 없다. 하루도 그냥 보내지 않은 치열한 인생이 있을 뿐.

/강수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中

최고의 무용수였던 강수진 단장도 매일, 하루하루가 최선이었다.

이처럼 자신과의 싸움과 멈추지 않은 노력으로 온갖 한계를 극복해 나가 최고의 자리를 지킨게 아닌가 싶다. 물론 재능이 없었다면 춤을 못 췄겠지만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안 될 일이다.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이렇듯 노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일반적 특성이 아니기에 노력 또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천적인 발레리나 신체조건에 딱 맞지 않더라도 개개인의 자질과 동작수행 능력, 그리고 표현력을 최대한 발견하고 발전시킨다면 후천적 노력에 한 표 던지고 싶다.

글쓴이 노윤정 안무가는 조선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전남대 체육대학 박사를 수료했다. 2016년 제25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과 안무상, 제25회 광주무용협회 신인상, 2017년 제31회 광주시교육감배 전국학생무용경연대회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광주무용협회 이사, 광주시립발레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