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로 찍어낸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자.

광주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한 조진호(65·사진) 작가가 내년 2월28일까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관(觀)_ 세상을 바라보다’를 주제로 초대전을 갖는다.

전시는 조진호 작가의 퇴임 후 광주에서의 첫 전시이자, 2008년 광주신세계갤러리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광주에서 선보이는 전시여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확장 기념 개관전으로 마련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전시 주제인 ‘관(觀)_ 세상을 바라보다’는 작가가 직접 지었다. 이 전시를 통해 ‘조진호가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를 하겠다는 포부에서다. 3년8개월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작가는 주변을 다시 바라보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운주사 천불천탑을 소재로 한 판화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다채로운 석불과 석탑은 물론, 운주사를 감싸고 있는 나무와 새 등도 60여점 목판화 안에 녹아 있다.

조진호 作 ‘同行’/로터스갤러리 제공

작가가 처음부터 운주사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오래 전부터 화순에 작업실을 뒀던 작가는 작업실과 그리 멀지 않음에도 이제껏 운주사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지냈었다. 그러던 중 작가는 눈 오는 날 무심히 찾아간 운주사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주사에 몰두하게 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퇴임 이후 화순에서 사는 작가는 판화 외에도 수채화나 혼합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품 17점을 함께 선보인다. 평면 작품에는 작가가 줄곧 그려 왔던 해바라기와,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인물상을 선보인다. 특히 이 작품들 중에선 가로 10m 작품이 2점, 5m 작품이 1점, 120호 1점 등 대작이 포함돼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웅장함을 선사한다.

조진호 작가는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의 제안을 받고, 지난 9월 서울 인사동 나무아트 전시 이후 밤낮 없이 이 전시를 위해서 달려왔다”며 “3년8개월간의 공직생활 이후 작가로서의 공백기간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작가는 “70대가 되기 전 대작전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이 전시에서 풀어낸 듯 하다”며 “운주사 천불천탑을 소재로 작품을 했지만 결국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녹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1952년 광양 출생으로 조선대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1990년대에는 민중미술인으로 활동했다. 17회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광주시립미술관장과 광주비엔날레 이사, 광주미술상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편, 작가의 판화 작품은 로터스갤러리 1층에, 평면 회화 작업은 110여평 규모의 지하 공간에 전시된다.(문의 062-383-0070)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