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1일, 그날 이후 빛고을시민문화관과 빛고을아트스페이스가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홀로그램 극장과 미디어 놀이터가 생기면서, 4-5세의 꼬마 관객들과 에너지 충만한 10대들이 매일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예술인과 예술을 좋아하는 시민들, 전문가들을 맞이하는데 익숙했던 공간에 이것은 생각보다 큰 변화였다.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람으로 느끼고 있을 꼬마 관객들에겐 평범한 계단도 높지 않은지 걱정 되었고, 어디로 튈지 짐작할 수 없는 10대들의 에너지에 비해 내부가 어둡지 않은지 노파심이 들었다. 건물 곳곳에 예술인의 흔적이 넘쳐났지만 학생들에게 이것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지도 모두의 고민이었다. 안전도 챙기고 체험 효과도 높이면서 까다로운 어린 손님들을 만족시켜 주려면 이것저것 고치고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조바심이 들다가도 일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때가 있다. 홀로그램 극장에서 번개맨 입체영상의 연기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음악이 나오자 다 같이 일어나서 번개체조할 때가 그렇다. 또, 한 가지라도 알려주려고 목청껏 설명해도 핸드폰과 대화하느라 정신없던 학생이 미디어 놀이터에 들어와 낮은 탄성을 지를 때이기도 하다.

지난 12월1일, 광주문화재단은 미디어아트 플랫폼에 새로운 콘텐츠를 오픈했다. 홀로그램 극장에서는 EBS 인기 캐릭터 ‘번개맨’과 ‘방귀대장 뿡뿡이’가 등장하는 홀로그램 쇼 ‘번개맨, 번개크리스탈을 지켜라’의 열기로 개봉 첫 날부터 장내가 뜨거웠다.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사랑 받아온 영웅 번개맨이 한 층 더 실감나는 입체영상 기술로 컴백무대를 누볐다.

또 직접 만지고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놀이터’도 모든 콘텐츠를 새롭게 단장했다. 미디어 놀이터 콘텐츠의 곳곳에는 우리 지역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숨어있지만, 안내요원이 설명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은 눈으로, 손으로, 온 몸으로 감상한다. 감상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꼬마 관객들은 조심스레 탐색하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나씩 만지면서 빠져든다. 어떤 학생들은 모든 공간에서 ‘인생샷’을 터뜨리느라 바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체험도 게임이나 시합하듯이 격렬하다.

현대의 예술은 항상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기까지는 관객의 많은 노력과 관심을 요구한다. 홀로그램 극장과 미디어 놀이터를 운영하면서, 무엇이든 자기 방식으로 흡수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는 말을 거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를 대고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텍스트와 기호들로 접근할 때보다, 자신들이 직접 빨아들이고 자유롭게 변형하며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환호했다.

올 한 해 동안 104개의 유치원과 107개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미디어아트 체험학습 코스에 참여했다. 개관일부터 누적관객이 어느새 17만127명에 달한다. 가끔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작은 효과에 소리 지르며 기뻐했고, 당돌한 질문으로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겠다고 시작했는데 우리가 관람객 숫자를 세는 동안 아이들이 우리를 가르친 것 같고 이 건물을 변하게 한 것 같다.

홀로그램 극장과 미디어 놀이터는 앞으로도 쭉 변함없이 문이 열려 있을 것이다. 오늘 오전에도 꼬마 손님들이 다녀갔다. 이 기세등등한 관객들은 역시 우리가 애써 설명한 ‘기획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번개맨’과 미디어 놀이터의 새로운 콘텐츠에 이 까다로운 어린 관객들이 후한 점수를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