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까숙이의 꿈 동화 양정숙
- 재생 준비중
2018. 12. 10(월) 18:36 가+가-
까숙이는 자기보다 조금 늦게 태어난 장돌이를 평소에 동생처럼 돌봐 주었다. 친구와 싸울 때 불리해지면 그를 뜯어 말려 안전한 자리로 피신시켜주었다. 주인이 밥을 그릇에 부어주면 서로 먼저 먹으려고 밀칠 때 까숙이는 장돌이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했다.
주인이 망사 자루를 가지고 들어왔다. 꿩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파닥이며 안간힘을 썼다.
자동차에 차곡차곡 방사용 꿩 상자가 실렸다. 긴장 된 탓인지 까숙이는 생똥이 자꾸 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에 가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았다.
차가 멈춘 곳은 숲이 우거진 산 밑이었다. 길가에 내려진 꿩 자루들은 마치 축구공처럼 뒹굴뒹굴 굴러 다녔다.
구청 방사반 직원들은 꿩이 담긴 자루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섰다.
“오늘 방사하는 꿩들이 산에서 빨리 적응하게 해 주십시오. 많은 새끼도 낳고 대대손손으로 번영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대대손손으로 번영을?’
까숙이는 방사반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괴로움도 잊은 채 입가에 자꾸 미소가 흘렀다.
자루에서 꺼낸 꿩들을 하나하나 공중으로 날렸다. 차 안에서 시달린 까숙이는 어지러워 멀리 날아 갈 힘도 없었다. 가까운 숲에 겨우 내려앉았다. 그 때 앞에서 툭! 하고 무엇이 떨어졌다. 장돌이었다.
“장돌아!”
“까숙아!”
둘이는 꼭 끌어안았다.
“장돌아, 어떡하면 좋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왜?”
“아까 차 안에서 얘기 하는 걸 들었어. 사람들 곁으로 가야 살 수 있다고.”
“우릴 잡아 먹어버릴 텐데?”
“사냥꾼이 아니면 주민은 오히려 보호해 준댔어.”
까숙이와 장돌이는 한적한 야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한창 올라오기 시작하는 풀숲에 들어앉으면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면 가지가 많은 소나무가 드리워 있었다. 혹 위험이 닥치더라도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가 피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까숙이와 장돌이는 빈 들을 거닐면서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고 벌레도 잡아먹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장돌아, 빨리 와봐!”
장돌이는 까숙이 곁으로 종종종 뛰어갔다.
“특식이야! 특식!”
“뭔데?”
“굼벵이!”
까숙이는 조금 전에 지렁이를 맛있게 먹었다며 굼벵이를 장돌이에게 권했다. 살이 통통히 오른 굼벵이를 앞에 놓고 서로 먹으라며 밀치고 있는데 느닷없이 검은 물체가 ‘휙!’ 하고 앞을 스쳤다.
붉은 볏으로 덮인 얼굴에 목덜미는 하얀 띠가 선명한 장끼였다. 낯선 장끼는 장돌이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까숙이는 깜짝 놀라 자리에 우똑 섰다. 날개를 활짝 편 장끼는 깃털을 부풀리며 머리를 숙이고 공격 자세로 다가왔다. 구르륵 구르륵 소리를 내며 매섭게 쏘아보는 눈은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장돌이를 집어 삼킬 기세였다.
장돌이도 지지 않고 몸을 한껏 부풀렸다. 둘이는 맞붙어 빙글빙글 돌면서 공중잡이를 하기도 했다. 쪼고 물어뜯는 사이 장돌이도, 상대편도 볏에 붉은 피가 맺혔다. 피를 보자 까숙이는 온 몸이 뜨거워졌다.
“너 나한테 매운맛 좀 볼래?”
까숙이는 발톱을 세워 장끼의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고, 부리로 물어뜯었다. 까숙이가 쪼고 나면 장돌이가 또 달려들었다. 둘이서 달려들자 불청객 장끼는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장끼는 날개와 꼬리를 접고 불불불 기어서 도망을 쳤다.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장돌이가 완전 딴 판이었다.
“장돌아,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어?”
까숙이는 피 묻은 장돌이의 볏을 핥으면서 물었다.
“너를 지키야 하니까……”
장돌이는 부은 눈을 겨우 뜨고 빙긋이 웃었다.
“장돌아, 또 그런 이상한 놈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걱정 없어. 우리 영역을 이제 확인 시켜 주었으니까.”
장돌이의 얘기를 듣고 까숙이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평소에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했던 장돌이가 훨씬 어른스럽게 느껴져서 믿음직스러웠다.
까숙이는 평소에 품고 있던 속마음을 징돌이에게 꺼내 보였다.
“장돌아, 나 꿈이 하나 있어.”
“무슨?”
“알을 품고 싶어.”
부화기에서 태어난 까숙이는 가져 보지도 못한 엄마가 그리웠다. 새끼를 기르며 오순도순 좋은 엄마가 되어 살고 싶었다.
“그랬었구나.”
장돌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억새가 흔들렸다. 빨간 점퍼를 입은 아주머니였다. 까숙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취나물을 뜯으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까숙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주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떡하지?’
까숙이는 깃털을 온통 부풀렸다. 아차하면 쪼아버릴 기세였다.
‘먼저 공격 할까?’
용기를 내기는 했지만 정말은 두려웠다. 눈앞에 장승처럼 서 있는 아주머니가 무서웠다.
‘그래도 내 새끼들을 지켜야해!’
까숙이가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펼치며 두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어머! 알을 품고 있었구나.”
깜짝 놀란 아주머니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주머니는 바구니를 가슴에 안은 채 뒷걸음으로 몇 발작 물러났다. 조심조심 풀잎도 흔들리지 않게 걸어갔다.
까숙이는 얼른 자리로 돌아와 다시 알들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무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장돌이가 내려왔다.
“역시, 주민들은 안전하다니까.”
장돌이는 자기 판단이 옳았다며 죽지를 으쓱했다.
드디어 새끼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안에서 콕콕 쪼며 알에 구멍을 내더니 마치 흙덩이를 밀고 나오는 새싹처럼 뾰족한 회색빛 부리가 들락거렸다.
알 껍질을 쪼개며 아기 꿩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까숙아, 정말 고생했어.”
아기 꿩들은 까숙이 품으로 고물고물 파고들었다.
<약력> 조선대문예창작과. 광주교대 대학원(석사과정) 아동문학과,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여수해양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동시 우수상,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그림동화 ‘새롬 음악회’, 수필집 ‘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주인이 망사 자루를 가지고 들어왔다. 꿩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파닥이며 안간힘을 썼다.
자동차에 차곡차곡 방사용 꿩 상자가 실렸다. 긴장 된 탓인지 까숙이는 생똥이 자꾸 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에 가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았다.
구청 방사반 직원들은 꿩이 담긴 자루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섰다.
“오늘 방사하는 꿩들이 산에서 빨리 적응하게 해 주십시오. 많은 새끼도 낳고 대대손손으로 번영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대대손손으로 번영을?’
까숙이는 방사반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괴로움도 잊은 채 입가에 자꾸 미소가 흘렀다.
자루에서 꺼낸 꿩들을 하나하나 공중으로 날렸다. 차 안에서 시달린 까숙이는 어지러워 멀리 날아 갈 힘도 없었다. 가까운 숲에 겨우 내려앉았다. 그 때 앞에서 툭! 하고 무엇이 떨어졌다. 장돌이었다.
“장돌아!”
“까숙아!”
둘이는 꼭 끌어안았다.
“장돌아, 어떡하면 좋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왜?”
“아까 차 안에서 얘기 하는 걸 들었어. 사람들 곁으로 가야 살 수 있다고.”
“우릴 잡아 먹어버릴 텐데?”
“사냥꾼이 아니면 주민은 오히려 보호해 준댔어.”
까숙이와 장돌이는 한적한 야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한창 올라오기 시작하는 풀숲에 들어앉으면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면 가지가 많은 소나무가 드리워 있었다. 혹 위험이 닥치더라도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가 피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까숙이와 장돌이는 빈 들을 거닐면서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고 벌레도 잡아먹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장돌아, 빨리 와봐!”
장돌이는 까숙이 곁으로 종종종 뛰어갔다.
“특식이야! 특식!”
“뭔데?”
“굼벵이!”
까숙이는 조금 전에 지렁이를 맛있게 먹었다며 굼벵이를 장돌이에게 권했다. 살이 통통히 오른 굼벵이를 앞에 놓고 서로 먹으라며 밀치고 있는데 느닷없이 검은 물체가 ‘휙!’ 하고 앞을 스쳤다.
붉은 볏으로 덮인 얼굴에 목덜미는 하얀 띠가 선명한 장끼였다. 낯선 장끼는 장돌이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까숙이는 깜짝 놀라 자리에 우똑 섰다. 날개를 활짝 편 장끼는 깃털을 부풀리며 머리를 숙이고 공격 자세로 다가왔다. 구르륵 구르륵 소리를 내며 매섭게 쏘아보는 눈은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장돌이를 집어 삼킬 기세였다.
장돌이도 지지 않고 몸을 한껏 부풀렸다. 둘이는 맞붙어 빙글빙글 돌면서 공중잡이를 하기도 했다. 쪼고 물어뜯는 사이 장돌이도, 상대편도 볏에 붉은 피가 맺혔다. 피를 보자 까숙이는 온 몸이 뜨거워졌다.
“너 나한테 매운맛 좀 볼래?”
까숙이는 발톱을 세워 장끼의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고, 부리로 물어뜯었다. 까숙이가 쪼고 나면 장돌이가 또 달려들었다. 둘이서 달려들자 불청객 장끼는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장끼는 날개와 꼬리를 접고 불불불 기어서 도망을 쳤다.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장돌이가 완전 딴 판이었다.
“장돌아,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어?”
까숙이는 피 묻은 장돌이의 볏을 핥으면서 물었다.
“너를 지키야 하니까……”
장돌이는 부은 눈을 겨우 뜨고 빙긋이 웃었다.
“장돌아, 또 그런 이상한 놈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걱정 없어. 우리 영역을 이제 확인 시켜 주었으니까.”
장돌이의 얘기를 듣고 까숙이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평소에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했던 장돌이가 훨씬 어른스럽게 느껴져서 믿음직스러웠다.
까숙이는 평소에 품고 있던 속마음을 징돌이에게 꺼내 보였다.
“장돌아, 나 꿈이 하나 있어.”
“무슨?”
“알을 품고 싶어.”
부화기에서 태어난 까숙이는 가져 보지도 못한 엄마가 그리웠다. 새끼를 기르며 오순도순 좋은 엄마가 되어 살고 싶었다.
“그랬었구나.”
장돌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억새가 흔들렸다. 빨간 점퍼를 입은 아주머니였다. 까숙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취나물을 뜯으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까숙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주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떡하지?’
까숙이는 깃털을 온통 부풀렸다. 아차하면 쪼아버릴 기세였다.
‘먼저 공격 할까?’
용기를 내기는 했지만 정말은 두려웠다. 눈앞에 장승처럼 서 있는 아주머니가 무서웠다.
‘그래도 내 새끼들을 지켜야해!’
까숙이가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펼치며 두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어머! 알을 품고 있었구나.”
깜짝 놀란 아주머니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주머니는 바구니를 가슴에 안은 채 뒷걸음으로 몇 발작 물러났다. 조심조심 풀잎도 흔들리지 않게 걸어갔다.
까숙이는 얼른 자리로 돌아와 다시 알들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무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장돌이가 내려왔다.
“역시, 주민들은 안전하다니까.”
장돌이는 자기 판단이 옳았다며 죽지를 으쓱했다.
드디어 새끼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안에서 콕콕 쪼며 알에 구멍을 내더니 마치 흙덩이를 밀고 나오는 새싹처럼 뾰족한 회색빛 부리가 들락거렸다.
알 껍질을 쪼개며 아기 꿩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까숙아, 정말 고생했어.”
아기 꿩들은 까숙이 품으로 고물고물 파고들었다.
<약력> 조선대문예창작과. 광주교대 대학원(석사과정) 아동문학과,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여수해양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동시 우수상,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그림동화 ‘새롬 음악회’, 수필집 ‘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