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골목길이 예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났다. 골목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으로 한 번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양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일일이 손으로 찍어낸 판화다. ‘판 타블로’(Pan Tableau·우드락에 작업해 캔버스에 찍어내는 방식)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어서다.

화순 출생으로 현재는 서울·경기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민(55) 작가가 11-19일 광주 양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양림미술관 전시 작가 공모에 선정된 이 작가는 ‘양림동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마련한다. 전시 작품은 모두 양림동의 골목길을 소재로 하며, 평면회화 26점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 지하 공간에선 작가와 관련된 영상이 상영된다.

어린시절 광주에 이주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배웠다. 이 작가는 청소년기에 광주의 소태동, 양림동, 방림동에서 거주했다. 구시청에 있는 미술학원에 가려면 남광주역과 양림동 등을 꼭 거쳐야만 했었다고 한다. 그때의 향수를 이번 전시에서 풀어낸다.

조선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엔 일본 명문 미술대학인 다마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이때부터 판화에 매료돼 20여년 전 ‘판 타블로’ 기법을 고안하고, 그때부터 줄곧 이 방식으로 작업했다.

유학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인기작가로 주목을 받았었다. 1991년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엔 2년여간 광주에서 작업했으며, 1993년 이후엔 서울·경기 등 중앙무대에서 작업 세계를 펼쳐 왔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26년 만의 광주 전시다.

오랫동안 타향살이를 했던 터라 작가는 줄곧 자신의 고향이었던 광주에서 전시를 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봉선동에서 거주하시는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서였다.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가 가장 가까이서 자신의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서다. 양림동으로 작품 소재를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시를 위해 작가는 올해 10여 차례 광주에 내려와 양림동 골목길을 걷고 사진으로 남기는 등 장소 리서치를 거쳤다.

이 작가는 “몸은 떠나 있지만 광주에 대한 애정이 전시를 준비하며 마음에 더욱 자리 잡게 됐다”며 “전시 ‘양림동 풍경’은 작가 스스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자신의 기억과 함께하는 자신 스스로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1964년 화순에서 태어나 1985년 조선대 미술대 학사(서양화 전공), 1992년 일본 다마 미술대학원 석사(판화 전공)를 졸업했다. 1988년 전국 무등미술대전 판화부문 대상, 1991년 광주시미술대전 판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일본 마치다 국제판화박물관, 용인 호암미술관, 금호문화재단, 요코하마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11일 오후 5시 열린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