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兪漢雋, 1732-1811)의 말이며 필자가 좋아하는 글귀이기도 하다. 필자는 자기 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성을 다해 알려고 하면 어떤 문제건 해결방안이 떠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시민생활의 불편이 되는 길거리 불법쓰레기 문제를 고민을 하던 중 쓰레기를 수거하는 대명클린 청소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을 만나 차 한 잔을 마셨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쓰레기 수거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자녀들이 아빠의 직업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거나, 자녀가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의 청소하는 모습을 안 보려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버린 것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쉽게 답변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은 성장해 아빠의 직업에 대해 이해는 물론 대단하게 생각한다며 괜스레 웃으시는 모습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웃음 속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면 직업의 귀천(歸天)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참 자랑스러웠다. 그런 과정에서 얼마 전 환경미화원 한분이 허리에 복대를 하고 있어서 ‘어디 다치셨어요?’라고 묻자, 100L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한다. 자세히 물어보니, 무거운 볼링공이 들어있는 종량제 봉투를 들어서 차량에 올리는 순간 허리가 삐끗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환경미화원들은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새벽 5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셈이다. 광천동에 배차된 차량은 5t차량으로 기사포함 3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동에 2-3회 정도 수거와 매일같이 50L 500개 가량을 차량에 싣는 작업을 한다.

월요일에 가장 쓰레기가 많이 나온 반면 목요일은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적다고 한다. 가장 불편한 사항은 재활용 쓰레기봉투 안에 쇠붙이, 유리, 이쑤시개, 깨진 병, 동물 뼈 등이 담겨있어 들어올리는 과정에 손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환경미화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다반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골목길에 쓰레기를 리어카로 운반하다 차량을 손상시켜서 수백만원의 배상을 해 주거나, 도로변에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운전자들이 차량들이 못 지나간다고 빵빵 경고음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환경미화원의 아픔과 고통이 있기에 우리 동네 길거리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고마움과 감사를 드린다.

이 과정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 배출시간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종량제 봉투 배출 시간이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인데 이 시간을 지켜 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넣을 때 한번 쯤 환경미화원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려는 한자 配(짝 배), 慮(생각할 려)로, ‘상대방을 짝처럼 존중하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릴 때, 다른 사람의 손길을 거쳐 매립장으로 간다면 한번쯤 봉투를 들어 올리는 환경미화원을 생각해 유리, 깨진병, 이쑤시개 등 날카로운 것은 신문지에 말아서 버리는 실천을 했으면 좋겠다. 배려는 우리 사회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환경미화원들을 ‘거리의 천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도심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고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올 겨울에도 환경미화원들이 한건의 안전사고 없으면 하는 바람을 두 손 모아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