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즘 여기저기서 곡성의 ‘건모마을’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가 잘 아는 얘기다. 9월30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가수 김건모씨가 곡성군 죽곡면 건모마을을 방문하는 내용. 본인 이름과 같은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마을을 방문했는데 마침 그 마을이 전국에서 토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었다. 김건모는 토란을 대량 사들여 서울에 팔면서 토란의 우수성을 홍보한다. 방송 마지막 김건모는 토란 판매대금으로 건모마을에 노래방기계를 선물 출연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당시 방송을 통해 곡성의 특산물인 토란을 홍보한 덕분에 이후 열린 곡성 심청축제 현장에서는 관광객들이 곡성토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도 건모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인기가수의 동명 마을에 대한 관심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관심으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생긴 ‘건모마을 토란’은 곡성의 새로운 로컬 마을 브랜드로 탄생되었다.

필자는 로컬 브랜드 중 울산시의 중구의 캐릭터 ‘울산큰애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울산큰애기’는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에서 열린 ‘2018 유루캬라 그랑프리’에 참여 1,311개의 세계 각국 캐릭터와 어깨를 견주었다. 지난 10월에는 지역·공공 캐릭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1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에서 우수상(3위)을 차지했다. ‘울산큰애기’는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애기~’가수 김상희의 노랫말에서 따왔다.

‘I♥NY’이 뉴욕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도시로 바꾸어놓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좋은 캐릭터는 도시의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세계적인 책마을 영국의 헤이 온 와이, 벨기에의 르뒤, 프랑스의 몽튈리외, 이 지역의 공통점은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먹고 살아간다. 최근 전북 완주군에 생진 ‘삼례책마을’은 유럽의 책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책의 왕국을 꿈꿨던 리차드 부스는 결국 영국 책마을 ‘헤이 온 와이’를 만들어냈다. 완주와 삼례 시민들도 온 마을이 책으로 뒤덮일 날을 꿈꾸고 있다.

고양시의 ‘고양이’ 캐릭터도 관심을 끈다. 고양시는 SNS에서 친근감있는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하여 딱딱한 공공기관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고양시민 누구나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공공기관과 지방자치 소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페이스북 팔로워 13만명, 트위터 팔로워 3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6천명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소통채널을 갖추고 있으며 고양시 민원콜센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의 경우 ‘청춘발산마을’이 ‘2018 제6회 대한민국브랜드대상’ 도시재생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사업으로 공공미술프리즘과 진행한 지속가능한 지역재생 플랫폼 광주서구 ‘청춘발산마을’은 2015년도부터 2018년 현재까지 4년차 진행 중인 민관협력 도시재생사업으로, 사업 초기에는 공폐가를 리모델링하여 마을의 거점공간을 조성하고, 마을에서 찾은 색과 패턴으로 컬러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하드웨어조성에 힘써왔다.

전남지역의 경우 ‘여수밤바다~’가 성공 사례다. 여수의 핵심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여수 밤바다’가 됐다. 여수는 ‘한 번쯤 찾고 싶은 낭만적인 밤바다’의 도시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오동도, 돌산공원, 해상케이블카 등 해양관광 자원에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란 노래가 입혀지면서 20, 30대를 감성적으로 자극한 덕분이다. 인구 28만 명의 중소도시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2014년 988만 명에서 2017년 1,508만 명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이제 누가 뭐래도 마을 살리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을 캐릭터, 지역 브랜드가 매우 중요한 시대다. 이미 국내외 성공 사례는 브랜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말해주고 있다. 간혹 광주·전남의 시·군이 만든 브랜드와 캐릭터가 시민의 삶과 동떨어져 관심을 못 받는 경우도 있지만, 로컬은 브랜딩해야 살아남는다!

지금 전 세계의 로컬은 두가지 큰 변화의 바람 앞에 있다. 첫번째 물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의 인구구성에서 세대 간 불균형이 커지면서 지방 소멸과 지역 소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40년이 되면 중소도시 3분의1은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두번째 물결은 국가, 민족, 지역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와 4차산업혁명이다. 글로벌화는 반대로 고객 맞춤화와 로컬화를 가져왔다. 라이프스타일이 유사한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모이고 즐기는 것을 넘어 도시, 지역, 장소에 일정 기간 모여 거주하는 사회, 라이프스타일 주도 사회로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 도시, 거리, 장소 등 지역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각 지역은 고객인 관광객, 투자자, 거주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생사를 건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결국, 관광객, 투자자,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한 지역은 소멸하게 된다. 버림받게 될 것이다. 종국에는 아무도 방문하거나 투자하거나 살고 싶지 않게 되면서 공동화되어 실버세대가 없어지면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선 로칼은 국가, 도시, 거리, 장소 등 사라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매력적인 브랜드를 가능케 하는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김건모가 모티브를 준 곡성의 ‘건모마을 토란’이 명품으로 탄생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로컬은 브랜딩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브랜딩은 지자체장이 가장 관심 가져야 할 지역민 살리기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