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깊어가는 가을 저녁, 붉은 노을 속으로 날아오르는 기러기들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먼 거리를 비행 할 때면 커다란 ‘V자’를 만들어 비행하는 것 또한 신비하다. 앞서 날아가는 기러기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바람 덕분에 혼자 떨어져 비행 할 때 보다 훨씬 더 쉽게 비행 할 수 있음이다. 무리를 선두 해가던 기러기가 피곤에 지치면 뒤 따라가던 기러기가 자리를 바꿔 선두를 지키며 비행을 하고, 또 다시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서로서로 선두를 바꿔가며 비행을 한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어서 힘을 내라고, 조금 만 더 힘을 내자고,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의 노래를 보내며 비행을 계속한다.

함께 가던 기러기가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려 비행하기 힘들 땐 두 마리의 기러기가 무리를 빠져나와 함께 하며 병들고 상처 입은 기러기를 보호한다. 기러기가 완쾌돼 또 다시 비행 할 수 있으면 함께 비행하고, 만약에 죽게 되더라도 숨이 멈출 때 까지 자리를 함께 한다. 해야 할 것들을 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한 다음에야 하늘 높이 날아올라 무리와 합류해 비행을 계속한다.

얼마 전,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 진행한 ‘2018 교회지도자 컨퍼런스’에서의 느낌은 뜨거움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곳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너 가 아닌 내가,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를 소망하는 나눔의 장이었다. 당장에 필요한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를 잡고 키우는 법도 알려주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 잃어버린 세대에서 변화의 주체자로서의 삶이 되기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장이었다. 나눔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나누기 보다는, 상대방이 절실히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우게 하는 깨움의 장이었다.

월드비전은 전 세계 가장 취약한 아동, 가정, 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에서 벗어나도록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모든 파트너와 함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글로벌 NGO다. 1950년, 미국인 목사이자 종군 기자였던 밥 피어스와 한경직 목사는 한국전쟁으로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월드비전을 세웠다. 월드비전은 지금까지 67년에 걸쳐 활동지역을 넓히며 전 세계 어린이를 돕는 글로벌 NGO로 발전했다.

특별히 한국월드비전은 1991년,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의 자체 모급 활동을 통해 국내 어린이 뿐 아니라 제3세계와 북한 어린이를 도우며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니라’로 역사적인 전환을 이루었다. 현재 월드비전은 전 세계 99개국에서 4만5천여 명의 직원이 1억여 명의 어린이와 이웃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어느덧 11월의 중반, 서서히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서로를 응원하며 온 힘을 다해 비행하고 있을 기러기의 무리처럼, 우리 또한 서로 함께 힘이 되고 꿈이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비전은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이며, 우리의 기도는 모든 사람들이 이 비전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는 월드비전의 비전선언문처럼, 이 땅의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리며, 우리 함께 나눔을 실현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