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하려는데 공간이 마뜩찮았다. 고민 끝에 전시장 대신 작업실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겸해서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지난 초가을의 일이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붓질했던 해바라기를 작업실 벽면에 디스플레이했다. 무려 1백여점의 해바라기그림이었다. 그러곤 약간 불안했다. 물론 예전의 버전과 다르게 한 덕분에 사전에 들른 지인들의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 오프닝이 다가옴에 따라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일반 화이트 큐브가 아닌 작업실에서의 전시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아줄 것인가의 여부 때문이었다. 그러나 웬걸, 적잖은 이들이 찾아주었다. 그리고 애써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었다. 특히 예전엔 주로 소품 위주로 해바라기를 그렸다면 이번 개인전에선 과감히 10호, 20호를 선보였다는 점에 대해 콜렉터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다소의 안도감으로 마음을 다잡아 가던 어느 날 어느 부부가 전시회에 찾아왔다. 신문을 보았던 터에 지인이 소개를 하여 찾아 왔다는 거다. 자신들은 처음 콜렉션을 하는 거며, 이 지역으로 이사온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차를 마시는 동안 주고 받았다. 알고 보니, 담양 고서의 ‘명지원’ 주인부부였다. 모 사진작가가 운영하던 문화명소 명지원을 인계받아 오랫동안 비워두었다가 최근에 다시 개장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을 폐쇄시킨다는 게 석연찮아 어렵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부부는 해바라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소품 몇점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 뒤끝에 부부는 명지원 갤러리에서도 해바라기전을 열면 좋겠다는 말을 얼핏 내비쳤다. 하여, 바로 결정했다. 해바라기 전시회를 거기서 펼치기로.

여기저기 작품이 나가 있어 전시회를 열기가 여의치 않았지만 문화명소로 다시 재출발하려는 곳에 해바라기 작품을 보낸다는 좋은 의미로 결정했다. 때마침 명지원 주인부부는 가을날 명지원 마당에서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며 그참저참해서 전시회를 더불어 하겠다고 했다. 지난 10월20일 오후4시 ‘대숲바람소리’음악회가 펼쳐졌다. 장성농업인센터 소속 난타팀과 오카리나 팀이 출연해서 신나는 음악과 청아한 소리를 들려주며 늦가을 정취에 푹 젖게 했다. 그 외에도 성악가, 국악가, 시낭송가들이 줄줄이 출연해 한편으로는 멋들어지고 한편으로는 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욱이 안주인이 소금이 두어달간 배웠다며 동호인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와 연주회를 했다. 무대에 누가 오르건 관람객들은 손뼉을 치며 한 마음으로 즐기며 놀았다. 고옥카페이자 미술관, 명지원은 이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첫 무대였던 난타 때 필자의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았다. 작업실에 엎드리어 작업에 매진하다가 푸른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쳐대는 난타 리듬에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긴장감도 확 풀렸다. 북을 같이 치고 싶은 충동 아닌 충동을 제어하며 관람했다. 음악회와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 더욱이 문화와 깊이 관련된 인사들도 아닌 주인부부가 순전히 문화가 좋아서 소박하게 꾸려낸 행보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이 두 부부의 손길 아래 명지원이 더욱더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가꿔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명지원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