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됐다. 광주·전남 지난 6-8월 평균 최고기온은 30.2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광주의 여름철 폭염일수는 43일(평년 11.5일)을 기록하는 등 올 여름은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일년 내내 더울 것만 같았는데 극심한 폭염도 사라지고 어느덧 겨울을 준비해야할 시기가 왔다. 필자는 동장이기에 관내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흔히 생활이 버거운 사람은 여름철보다 겨울이 훨씬 지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광천동 역시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으로 공가가 300여곳에 달한다. 저렴한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분들을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차가운 겨울철을 잘 이겨내는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 바로 황제펭귄이다. 황제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바람이 센 남극에서 사는 동물이다. 영하 6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와 돌풍 속에서 3-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제대로 자지도 않으면서 수백, 수천마리가 무리지어 큰 원을 그리며 자신들의 체온만으로 추위를 견뎌낸다. 그러다가 도저히 견디기 힘든 지경에 다다르면 바깥에 있는 펭귄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안에 있던 펭귄들은 다시 바깥으로 나오면서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면서 추위를 이겨낸다. 황제펭귄이 둥그런 원을 그려가며 서로에게 지탱하고 바람막이가 돼 체온을 유지하며 추위를 이겨내듯 사람들도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따뜻한 집이 필요하고, 몸을 보호해줄 의복이 필요하다. 물론 난방이나 먹을거리, 입을 거리는 다른 계절에 비해 생계비 지출이 많아 취약계층은 다소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다.

우리 동에서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인 11월 중순까지 관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한부모 가정 등 법정 저소득층 1천여세대와 사회보장 행복이음시스템 동절기 취약 위기가구, 긴급복지 지원대상자 60여세대 등에 대해 동 맞춤형복지팀, 통장단, 희망지킴이, 복지도우미 등 인적 안정망을 활용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겨울나기 보살핌이 필요한 발굴 세대에는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 에너지바우처 등 공적급여를 실시하고 부양거부 또는 기피 등으로 생계곤란을 겪는 가구 등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한 지원과 그리고 독거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1인 취약가구는 특별관리를 할 방침이다.

또한 노인장기요양, 장애인활동지원, 노인돌봄서비스 등 관련제도의 적극적인 이용홍보 및 건보공단과 연금공단 등 관련기관 안내 그리고 비수급 빈곤층 등 차상위 계층 등은 민간서비스 연계대상자로 우선선정, 방문 상담·후원물품을 지원하는 등 전 동민이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자 한다.

필자가 광천동장으로 보직을 옮긴 이후 관내 취약계층을 매일 방문, 살펴보고 있다. 끼니는 거르지 않고 식사는 하고 있는지, 냉장고에 먹을 음식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불편사항을 들어본다. 이 과정에서 얼마 전 재개발지역 한 주택가 2층에 홀로 거주중인 기초생활수급자 A씨 집을 방문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간암말기 환자인 A씨는 거동이 불편한데도 1층과 2층에는 쓰레기가 가득해 사람이 왕래하기 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겨우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보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통장님 등의 도움으로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세대는 위 가정처럼 남자 혼자 사시는 분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외롭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웠다. 이분들의 겨울나기는 정말이지 힘들고 어려운 고통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겨울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미리 파악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해 나가고자 한다. 황제펭귄이 지구상에 가장 크고 추위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했지만 극한의 환경에 혼자서는 견디기 힘든 것처럼, 우리도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뎌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