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퇴근시간이 되면 아들한테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확히 벨 소리가 울린다.

“오늘은 뭘 하셨어요?” 하는 안부를 물으면 그 날 있었던 일 중 한두 가지 이야기 하고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아들의 물음에 난 항상 20점 밖에 되지 않는 답을 한다. 언제나 만점짜리 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항상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고,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가 물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내가 사는 의미를 찾아 후반 인생을 보람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자기 목숨의 심지가 얼마쯤 남아있는지는 무관심이면서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매달려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어디서 끝이 날지 모르는 여정의 길에 하루의 안부를 물어오는 아들이 있어 좋다. 녹슬어가는 인생에 그날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서로의 대화도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사랑에서, 삶에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러나 언젠가는 우린 서로 헤어질 때가 오는 순간을 맞을 것이다.

생명자체는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것이므로 인간은 저마다 혼자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갈 때도 나 혼자서 갈 수 밖에 없다. 그때는 아들의 전화벨 소리도,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정답을 찾지 못할 때는 그날 읽었던 책갈피에서 건진 감명 깊었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오늘은 ‘가야 할 길 멈추지 마라’는 유태인의 인생지혜라는 글이다.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오늘 그리고 이 시간을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스치는 인연의 소중함을 새기면서 항상 웃음을 잊지 말고

멋지게 하루를 살라

오늘도 너의 안부를 들을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들아.


<약력> 대한문학등단, 한국문인협회원, 광주문인협회 이사, 대한문학작가회원, 목요수필문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