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에서 귀를 통해 듣고 싶은 것과 눈을 통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라는 말에 아이들의 반응이 일관적이었다. 귀를 통해서는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고, 눈을 통해서는 맛있는 음식이나 높은 점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나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파아란 하늘을 보고 싶다는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마음에 담아 놓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가, 아빠가, 선생님이,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마음을 담아놓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아이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들도 비슷비슷, 별반 다르지가 않았다.

얼마 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 ‘국립합창단의 흥겨운 합창여행’을 찾아 갈 때도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잠깐의 일탈 맛보기 정도를 꿈꾸었다. 하지만 국립합창단의 흥겨운 합창여행은 다양한 목소리 하나의 사운드로 신선한 감동이었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어린 시절 부르고 또 부르며 자랐던 노래,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앞으로” 등 우리들에게 익숙한 곡들을 작곡하신, 한국적이며 대중적인 작곡가로 알려진 이수인의 “내 맘의 강물”을 시작으로 김소월의 시 “못잊어”가 눈과 귀를 뚫고 가슴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순간 목안이 울렁, 가슴 가득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명태, 음, 허허허!” 우리의 삶을 해학적으로 노래한 “명태”의 합창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 바리톤의 진한 음색만큼이나 가슴이 쿠궁, 아려왔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1890년대 미국의 유치원교사였던 밀 자매에 의해 만들어져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리어지고 있는 노래가 된 생일축하노래의 새로운 버전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만약 이 노래가 중세 시대에 불리었다면 어떤 노래가 되었을까? 이 노래를 주제로 하여 위대한 음악가들이 작곡을 했다면 어떤 음악이 만들어졌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바탕으로 하여 그레고리안 성가로부터 바흐풍의 음악, 헨델의 할렐루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슈베르트의 군대 행진곡, 쇼팽의 녹턴, 드뷔시의 달빛 등을 모티브로 새롭게 편곡된 “Happay Birthday to you” 는 커다란 재미를 주었다. 모티브로 삼은 곳들의 선정 또한 좋았다. 살아오면서 익히 들어왔던 친숙한 곡들을 모티브로 한만큼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어울림의 맛과 향을 마음껏 느끼며 즐길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각각의 시대로 돌아가 멋진 드레스를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생일을 축하받는 느낌이었다. 공연 전날과 당일이 생일인 분들을 위해 마련한 생일축하 깜짝 선물도 함께하는 기쁨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로 엄마의 품속 같은 아리랑의 합창으로 막을 내린 이번 공연은 일탈의 행복과 또 다른 일상으로의 힘이 되는 흥겨운 합창여행이었다.

한국문예회관연합회와 광주문화재단이 ‘2018 우수공연초청기획사업’으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공연도 이제 막을 내렸다.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의 일환으로 사업비의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받아 진행된 사업이었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관계자분들께 마음 다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 다시 국민모두가 예술이 주는 기쁨과 문화를 통한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또 다른 예술적 감흥을 통해 아이들의 눈과 귀와 마음이 환히 피어나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