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을 뜨기 전, 창문 밖으로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하루의 시작임을 알아차린다. 아침의 나른함과 평온함이 있는 이 시간 발걸음은 집 앞 숲 속으로 향한다.

공기의 냄새. 풀냄새. 흙냄새가 다르고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가 다름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 흐르고 있었다.

번잡한 도심 속의 작은 숲은 휴식을 넘어 쉼이 되고 위로가 되어준다. 숲 속 길을 걷는 즐거움을 넘어 책방과 카페, 갤러리가 있는 곳이라 자주 찾는 곳이다.

종교를 넘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각사 안에 문화 공간들을 만들어 내어주고 예쁜 꽃과 나무들을 심어 늘 가꾸시는 스님의 모습을 가끔 뵙곤 한다. 그런 숲에 작은 옹달샘이 자리를 잡았다. 두 달여 동안 직접 만들어오셨다고 한다. 북카페 옆, 대숲 속에 작은 옹달샘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면 일상이 건네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집 앞 골목길을 청소하는 일,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식탁 위에 작은 꽃을 놓아두는 일, 힘들고 지친 이를 위한 작은 공간에 의자를 놓아 주는 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에 작은 배려들이 삶을 따스하게 해준다. 그런 공간들이 많아진다면 도시의 모습들은 서서히 변화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공간을 내어주고 그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

공부모임, 같은 취미 등 동네마다 크고 작은 소모임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이런 소모임들마다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람들과 공간 공유를 염두에 두고 사무실을 꾸미는 사람들, 건물 공간 한 켠에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거나 회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들, 청소년들을 위해 방과 후 공부방을 위한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들, 엄마들의 모임 등을 비롯한 지역 내 소모임들이 공유 공간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런 공간들로 인해 일상의 모습도 동네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이틀 전 시청을 방문했을 때 시청 앞 소나무 숲에 작은 평상이 놓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작은 배려처럼 공공기관들도 다목적 강의실 등을 지역민들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조용히 일할 수 있는 공간부터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까지 함께 나누고, 단순히 공간과 장비를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공간 구성원들과의 접촉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창조성을 만들어 간다면 단순한 공간의 공유뿐 만 아니라 삶 자체를 공유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톡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거나 공통의 관심사들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를 이루는 등 SNS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식에 많이 익숙해져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공간에서는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원동력이 되어주며 유대감도 형성이 된다.

이렇게 우리들의 삶 곳곳에 스며든 공유과 소통의 방식들은 자본주의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경제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쉐어하우스, 카 쉐어 등 소유의 대상들이 공유의 대상으로 만들어지며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같은 시간은 아닐지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일, 가슴 따뜻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