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현대예술에서 중요한 인사인 할릴 알틴데레는 비서구 국가에서의 주요 국제 전시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던 1990년대 활동을 시작했다. 예술가, 큐레이터, 출판인을 겸하고 있는 알틴데레는 비판 및 패러디 위주의 비디오, 회화, 사진, 설치예술을 아우르며, 소외된 지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수수께끼에 관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개 대륙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은 국내외적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도시지역에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대다수가 도시를 떠나고 있으며, 중동 지역으로부터 끊임없이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터키는 국경지역에 300만여명에 이르는 난민이 있다. 결코 시민권을 받지 못할 무국적자는 물론, 국내 이주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숫자다. 쿠데타 시도 역시 터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인식한 할릴은 2002광주비엔날레에 ‘멈춤’(pause)을 출품했다. 이번 2018광주비엔날레엔 다시 한국에서 시리아 난민 사태를 다룬 중요한 작품 2점을 선보인다. 모큐멘터리 비디오 ‘우주난민’(Space Refugee)과 ‘쾨프테 항공’(Kofte Airline)이란 제목의 사진이다.

‘쾨프테 항공’ 사진은 기차 지붕에 올라타 통근해야 하는 방글라데시인들의 상황에 착안해 만든 포스터로, 쾨프테 항공은 시리아 난민을 위한 항공사다. 작품을 위해 알틴데레는 터키에 사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비행기 위로 올라타라고 요청한 다음, 조작해서 기체가 이륙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디지털 조작은 현실과 대조되는 이미지의 초현실적 속성을 강조한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