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스무 번째 괘는 풍지관(風地觀)이다. ‘관’(觀)은 ‘본다. 살핀다’는 뜻이고 황새가 날아가면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황새 관’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참선하듯 하나하나의 도를 닦아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직업을 가지면 좋다. 괘를 두 개씩 묶어 크게 보면 대간(大艮)의 상으로 산에서 도를 닦는 것이다. 관괘(觀卦)는 앞 괘인 임괘(臨卦)의 종괘(綜卦)로 돼 있다. 임괘는 내괘 안에 초 이효에 양을 가지고 있으나 관괘는 외괘 밖 5, 상효에 양이 있다. 두 괘 모두 ‘본다’는 견(見)의 의미의 괘명으로 임괘는 위에 4음이 있고 힘이 강한 양이 밑에 있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임해 바라는 바를 주는 상이지만, 관괘는 위에 두 양이 있고 아래에 빈약하고 가난한 4음이 있어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고 희망을 구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위에서는 아래에 부(富)를 베풀려고 하고 아래에서는 이를 바라고 기다리는 입장과 태도의 차이를 종괘로 설명할 수 있다.

관(觀)은 관세음(觀世音)의 관, 내관(內觀)·주관(主觀)의 관이고 물건을 본다는 것이지만 단순히 물건을 본다는 것도 그냥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가지고 견각(見覺)하는 것이다. 임도 관도 소장 12괘 중의 하나다. 임은 양이 커가는 괘이고 관은 음의 세력이 모여서 강해지는 것으로 추풍낙엽의 가을을 거쳐 겨울이 머지않은 양기가 쇠멸(衰滅)해 가는 괘이다. 아래의 12개 괘는 소장생괘의 괘이지만 반드시 소장의 의미로만 괘를 해석하지 않는다. 지천태와 천지비를 중심으로 양대(陽大)와 음소(陰小)의 왕래(往來)를 주로 보고 음양 양기(兩氣)의 교체 여부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기도 하여 소장에만 묶여서 괘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풍지관 역시 관이라는 이름이 소장에서 유래하지 않아 소장 쪽은 중요시하지 않고 ‘대관재상’(大觀在上)이라는 2양의 위치를 주로 해 괘를 해석한다. 일본의 역학자인 마세쥬슈(眞勢中州)는 관괘가 뇌천대장의 음양 배합괘로 보아 괘를 ‘대쇠지괘’(大衰之卦)의 상으로 봤다. 그러나 관괘의 괘명은 화상(畫像)을 그대로 보고 찾는 것이 옳다. 관괘는 사음(四陰)의 중음(衆陰)이 위에 2양을 우러러보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관괘의 상괘는 손풍 바람이고 하괘는 곤지로 땅이니 상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풍행지상’(風行地上)의 상이 관인 것이다. 관괘를 크게 봐 대간(大艮)으로 보고 ‘왕의 사당, 궁궐, 제사 드리는 곳’으로 보기도 하고, 상괘인 손괘를 가옥으로 봐 ‘땅 위의 고층건물’이니 아래에서 위를 쳐다본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관괘를 역위(易位)하면 지풍승(地風升)이 되니 ‘땅 속의 나무가 자라 큰 나무가 되니 위를 쳐다보는 관(觀)’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보기도 한다.

관괘를 왜 임괘 다음에 배치했는가에 대해 서괘전(序卦傳)에서는 ‘임이라는 것은 큰 것이니 물건은 크고 난 후에야 가히 볼 수 있으니 그러므로 관으로 이어 받는다’(臨者大也 物大然後 可觀 故 受之以觀)고 했다.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층부 손괘(巽卦)는 손조롭지만 하층부 곤괘(坤卦)는 유약하고 소극적이며 침체해 있다. 괘의 중심에 있는 구오는 지금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 왔기 때문에 어려움을 모르고 일을 추진하려 하나 하층부가 나약하고 힘이 없어 추진력이 없다. 그러므로 하층부의 힘이 좋아질 때까지 일의 추진을 유보하고 사태를 관망해야 하니 이를 ‘관괘’(觀卦)라 한 것이다. 상하괘의 상을 보면 아래의 구름이 맑은 하늘을 잡고 있는 상(雲捲晴天之課)이고 바람이 휘날려 티끌을 휩쓸고 가버린 모습(風揚塵埃之象)이며 봄꽃이 서로 경쟁하듯 피어있는 상(春花競發之象)이고 화려함이 비를 만난 뜻(見華遇雨之意)을 담고 있다.

관괘의 괘사(卦辭)는 ‘관, 관이불천 유부 옹약’(觀, 盥而不薦 有孚 顒若)이다. 즉 ‘관망해야 하는 형국이다. 손을 씻고서도 제사 음식을 올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음식을 올리기 전에 믿음과 정성과 경건함이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는 제사드릴 때의 의식으로 신에게 제물을 올리기 전에 성의와 경건한 마음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하고 제물의 화려함을 장식하거나 장식을 자랑하지 않으며 제물을 아주 겸손하게 신성한 몸과 마음으로 바치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백성을 다스리는 군주의 정치도 성심성의를 가지고 행해야 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임하여 백성을 교화시켜 스스로 복종케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상전(象傳)에서 ‘바람이 땅 위에 부는 것이 관이니 선왕은 사방을 성찰해서 백성을 살펴 정치를 해야 한다’(風行地上觀 先王以省方觀民說敎)고 말한다. 즉 바람은 볼 수가 없으니 바람을 보려면 바람이 만지고 흔들리는 사방팔방의 물건을 보고 알 수가 있듯이 관괘의 뜻에 따라 선왕이 베푸는 정치가 바른가 바르지 못한가, 선덕이 베풀어지는가 못한가를 알려면 백성들의 생활을 보고 반성해서 정치를 행하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관괘의 가르침에 따라 ‘역(易)은 제왕학(帝王學)’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점해 관괘를 얻으면 관괘는 황새가 날아가면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관조하는 고풍관세(高風觀世)의 상이니 정신적인 일 즉, 교육 종교 등은 발전진보의 기운이 있는 때이고 고상한 취미, 연구 등은 아주 좋은 때이나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이익을 구하는 일 등에는 좋지 않다. 실점에서 관괘에 처해 있는 사람은 거의가 일을 무리하게 추진해 실패한다. 음(陰이) 차오르는 대쇠(大衰)의 상이니 지금까지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돼 있었는데 이제 그것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갑자기 비참하게 되는 때다. 즉 꽃이 화려하게 피었는데 비를 만난(見華遇雨之意) 경우다. 새로운 계획이나 거래, 사업, 소송 바램 등에서는 대간(大艮)의 상이므로 멈춰야 한다. 멈춰 포기하지 않으면 오음(五陰)이 일양(一陽)을 마지막으로 척결하는 산지박(山地剝)괘로 가는 과정이니 파멸을 초래한다. 음이 양을 없애가는 과정이니 임괘(臨卦)와 마찬가지로 색난 등 여자를 주의해야 한다. 외괘 손(巽)은 ‘은둔’, 내괘 곤(坤)은 ‘숨는다’고 하고 관(觀)은 ‘엿본다’고 하므로 도둑은 풍행지상(風行之象)해 멀리 도망가 잡을 수 없으니 도난을 주의해야 한다. 바람이 땅 위에 불어가듯이 주거의 변동이 있고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는 교사, 종교가 등은 좋다. 혼인은 그렇게 좋지 않다. 구이와 육이가 정응(正應)해 본인끼리는 지극히 뜻은 좋지만 성사는 되지 않고 성사돼도 여자 쪽이 강하므로 남자가 병이 들거나 좋지 않다. 잉태는 대간(大艮)을 배로 해서 배가 부르거나 하지만 임신여하를 보면 아직은 임신하지 않았고 임산(臨産)의 점이라면 산기가 늦어지거나 태아가 너무 커서 낳기 어려울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고향을 떠났으나 대간으로 머물고 있어 돌아오고 가출인은 좀처럼 돌아올 것 같지 않고 대간의 경찰에게 잡혀있다고 볼 수 있으며 분실물은 큰 것은 찾으나 작은 것은 바람에 날려가 찾기 어렵다. 병은 양기가 쇠해 가므로 정력이 감퇴하고 대간이니 혈행 침체, 설사, 불식(不食) 등이고 중증(重症)이라면 묘비의 상이 보이므로 필사(必死)로 판단하며 열병이라면 열이 점차 식어 회복한다. 날씨는 처음에는 쾌청했다가 나중에 비가 온다. 관괘의 무동괘(無動卦)의 [실점예]로 ‘출가인의 귀가 여하’점에서 바람이 지상 위를 돌아다니는 상이니 집, 고향을 떠난 것인데 대간(大艮)으로 크게 머물러 있고 바람은 돌아오는 성질이 있으며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가출한 것이 아니니 돌아올 것이라고 점고했으며, ‘가옥 매입 여하’점에서 대간이니 중단하고 기다려야 한다.

빈괘(賓卦)가 임괘이니 상대가 ‘구하려 온다’는 의미이고 대진(大震)이니 내년 봄까지 기다리면 상대가 찾아온다고 판단했다.

/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