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살, 동물의 살을 먹고 사는 인간은 늘 불안하다. 식육하는 동물이 돌림병에 걸리거나 나쁜 환경에 노출 되었을 때, 유통과정에서 누군가 몹쓸 짓 했다는 것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우리는 화들짝 놀랜다. 그것을 먹은 인간에게 곧바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8일(현지시간) 경고는 섬뜩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주 저장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 지난 8월 3일 이후 네번째 사례가 보고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FAO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에서 발생한 질병 발견과 여러 지리적 확산으로 인해 돼지고기 제품의 무역과 소비가 많은 인근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로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중국을 다녀온 국내 여행객을 통해 반입된 돈육 가공품 등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2018년 8월 24일, 중국 ‘선양’발 항공편 탑승 여행객이 휴대해 반입한 돈육가공품 2건(순대, 만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다. 해당 가공품이 열처리를 한 상태인지, 조리가 된 식품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말 중요한 부분은 중국에서 일반인들이 먹는 식품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될 정도로 중국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휴대 식품을 통해 바이러스가 포함돼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매우 감염성과 지속성이 강한 질병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주로 감염된 돼지나 그 고기·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거나, 음수통·사료통 등을 통해 간접 전파된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40-42도가량 열이 나고 식욕 부진 증상 등을 보인다. 피부 충혈, 푸른 반점, 유산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잠복 기간은 4-21일이다. 특히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고, 발병 시 치사율이 100%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 발생 시 양돈산업에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전남도 역시 기관 및 생산자 단체 등을 대상으로 임상 증상 등 질병 특성, 농장 차단 방역 요령 및 신속 신고 요령 홍보도 지속 실시하고 있다. 중국 등 ASF 발생국 노선 휴대품 검색 강화와 휴대 축산물 ASF 모니터링 검사를 지속 실시하고, 민관 합동 전국 공항만 검역 실태 점검·평가를 실시하여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보완해야 한다. 남은 음식물 급여 농가에 대하여는 열처리 적정성 등을 지도·점검하고, 전국에 남은 음식물 급여 농가별 지자체 공무원 담당자를 지정하여 지도·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도 시험소 대상으로 항원·항체 진단법 전수 및 교육을 실시하고, 예찰·진단에 필요한 항원·항체 키트 및 진단액을 배포하는 등 진단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려면 먼저 여행객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동참해 어떠한 해외 축산물도 국내에 반입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가열처리한 잔반을 급여하는 농가도 배합사료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하면 바이러스는 들어오게 된다.

양돈농가는 정부가 발령한 비상 행동수칙을 잘 숙지해야 한다. 차단방역 활동, 발생지역 여행금지, 외국인근로자의 축산물 반입금지 등을 잘 따라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아 국내에 발생시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여행객 준수사항 안내 등 여행객과 축산관계자를 대상으로 국경검역을 강화해야 한다. 예방 비상 행동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10-2011년 소·돼지 수백만 마리가 생매장되던 끔찍했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가축 학살’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수백만마리를 살처분했다. 경제적인 피해도 엄청나서 그 당시 구제역으로 인한 재정소요액은 2조7,383억원이었고 살처분 보상금도 무려 1조8,337억원이었다.

가축전염병은 일단 퍼지면 무시무시한 피해를 낳는다. 현재 일본에서는 농림수산성 홈페이지에 세계 각국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현황과 지도, 각국의 피해상황 및 대응, 해결 등에 대한 자료를 빼곡하게 게시해 놓고 실시간 업데이트시키며 이들 자료들을 농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보다 치밀한 예방대책을 강구해 축산농가와 소통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불법으로 생과일 및 축산물(농축산물)을 가져오는 국민이 없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햄, 소시지, 육포 등 포장된 돈육가공품은 괜찮다고 생각하여, 신고 없이 국내로 가져오는 여행객들이 종종 있다. 꼭 입국장에서 신고하고 검역을 받도록 독려해야 한다. 불법으로 농축산물을 반입하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런 내용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경우 냉동 고기에서 무려 1,000일, 건조된 고기나 염지된 고기에서도 30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포나 식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크다는 점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

모니크 에르와 OIE 사무총장은 “작은 소시지 조각 하나가 농장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수가 수백만마리를 생몰시킬 수 있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