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우리는 지구촌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광경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번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좀 슬프게 바라보았다. 상봉 자리에 나온 이들이 너무 나이가 들어 마지막 만남일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80%이상이었다. 이산가족 모두 너무 늙었다. 너무 늦게 만났다.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이산가족 당사자인 1세대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헤어진 지 반세기가 넘어 상봉장에선 먼저 떠난 주변 가족들을 확인하는 장면이 많았다.

한국의 현행법에 따르면 남북 이산가족이란 이산의 사유와 경위를 불문하고,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지역(남한)과 군사분계선 이북지역(북한)으로 흩어져 있는 8촌 이내의 친척·인척 및 배우자 또는 배우자이었던 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산가족 중 1953년 7월 27일 휴전 이전에 북한지역에서 월남한 자와 남한지역에서 월북한 자의 당시 가족을 이산 1세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휴전 이전에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출생한 남한의 주민을 실향민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산가족의 비극이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시대의 공녀제도(貢女制度)와 홍건적·거란족의 침입으로 가족이 강제로 갈라진 경우가 있었고, 임진왜란·정유재란 및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연이은 외침(外侵) 속에서도 가족이산이 발생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3일동안 6차례 11시간 동안 이뤄졌다. 사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서 발생한 이산가족들이 생사 확인도 못 하고 서로 연락도 못 하면서 65년을 넘긴 사례는 전 지구상에서 우리 남·북한밖에 없다. 현재 남한에 생존해있는 5만6천여 이산가족 중 90세 이상이 21%, 80세 이상이 41.2%, 70세 이상이 22.4%다. 원래 이산가족 면회 신청을 한 사람이 지금 13만 명에 이르는데 생존자는 지금 현재 5만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 이중 75%가 북한에 가족이 살아 있는지도 확인 못 하고 있다. 생사 확인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북측에 우리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우선 상봉은 못 하더라도 생사 확인만이라도 좀 해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5년에 정부 조사 결과 매년 평균 3800명의 이산가족이 돌아가시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면 적어도 10년 정도 후면 더 이상 이산가족이 안 남게 된다. 생존한 이산가족이 없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10년 안에 해결해야 할, 정말 시급한 과제다. 빠르면 빠를수록 이산가족분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시간싸움이다.

따라서 남북교류 평화무드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것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다. 금강산 면회소가 만들어진 취지 중 하나도 그것 아닌가. 상시만남,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금강산 면회소를 만들어놓고 상시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을 떠나 남북한 인도적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 그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난 판문점 선언의 내용도 남북 정상이 분단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주민들을 돕는 데 노력하겠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 약속했다. 이번 상봉에서도 65년을 기다려놓고 남쪽 이산가족 9명이 고령과 건강상 이유 등으로 막판에 상봉을 포기했다. 앞으고 이런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기다림이었지만 고령의 나이를 넘지 못하고 금강산까지 갈 힘이 없어 혈육을 보지 못하는 심정은 오죽했겠는가.

‘통일’ ‘종전선언’을 얘기하는 시절이다. 저마다 가슴 저미는 저 이산의 사연을 이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 당국은 상봉 정례화, 규모 확대를 비롯해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 다양한 상봉 방안을 즉시 강구해야 한다. 남북은 인도적 문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상시적인 대화와 교류의 분위기를 감안해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비롯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천륜의 한을 극복하는데 너무나 많은 단서를 달았다. 이산가족이 각자의 집에 초청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금강산면회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에 좀 만나자는데, 상봉에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그 정신을 훼손 시켜서는 안 된다.

부축해야만 걸을 수 있는 90세 상노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금강산 면회소를 본 느낌 어떠신가. 주름투성이 백발머리 얼굴들, 지팡이를 의지해 겨우 몸을 지탱하며 손수건으로 눈물 훔치는 저 노인들, 떠나는 버스를 붙잡는 검버섯 핀 손, 아직도 우리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생을 살면서 혈육과 헤어지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은 없다. 이 지구촌에 생이별 가슴앓이를 아직도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필자는 가끔, 이산가족에게 국가와 전쟁, 이념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남편, 보고 싶은 아내, 가슴에 묻은 아들·딸, 제발 살아있길 바라는 아버지, 꿈에라도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어머니, 그리움의 한(限)이 한강에 넘쳐흐르는, 이들의 잔인한 시간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바라건대,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함께, 이산가족이 금강산면회소에서 맘껏 만날 수 있는 날, 제발 오기를~.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