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아홉 번째 괘는 지택임(地澤臨)이다. ‘임’(臨)은 ‘임한다. 임박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것’이다. 양(陽)의 기운이 점점 상승돼 가고 있다. 소장생괘를 양(陽)이 점차 자라나 지뢰복에서 지택임, 지천태, 뇌천대장, 택천쾌, 중천건으로 변해간다. 임괘(臨卦)를 얻으면 일이 임박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등등이다.

전쟁의 승패여하를 물어 임괘(臨卦) 무동괘(無動卦)를 얻으면 아군은 내괘 금(金)이고 적군은 외괘 토(土)이니 토생금(土生金)으로 아군이 이긴다. 가까운 친척이 모여서 곡을 하는 것도 임(臨)이고 군대가 출정하는 것도 임(臨)으로 땅 속에 물이 고여 있어 소통이 잘 안돼 답답한 상이다. 1년 신수를 점해 풍지관(風地觀)이나 지택임(地澤臨)을 얻으면 ‘서로 임한다, 본다’라는 뜻으로 누가 찾아오거나 내가 찾아가거나 서로 볼일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만나서 임하는 것 자체는 괜찮으나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임괘(臨卦)의 내괘 태괘는 연못, 외괘 곤지는 땅이다. 땅 속에 물이 차있는 연못이 있고 땅이 연못 위에 임해 있는 상이다. 물이 가득찬 연못이 있으면 누구나 바라보는 것이고, 땅 속에 물이 스며들면 물은 자윤(滋潤)하고 또한 땅 속에 생기를 부여하는 것이니 서로 임해 있는 상이다. 임(臨)은 또한 ‘향해서 나아가는 뜻’을 포함하고 있고 소장생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陽)이 자라나는 능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괘인 풍지관(風地觀)도 ‘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임과 관에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 임괘는 복괘(復卦)에서 와서 태(泰), 대장(大壯), 쾌로 양의 세력을 가지고 나아가서 위로 향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관괘는 임괘를 뒤집어 엎은 종괘(綜卦)로서 음의 세력이 밑을 향해 내려오는 상이다. 결국 임괘와 관괘는 서로 종괘로서 임을 거꾸로 하면 관이 된다.

임괘를 왜 고괘 다음에 배치하였는가에 대하여 서괘전(序卦傳)에서는 ‘고라는 것은 일이니 일이 있고 난 연후에야 가히 크게 되니 그러므로 임괘로써 이어 있다’(蠱者 大也 有事而後 可大, 故 受之以臨)라고 말하고 있다. 고괘에서는 벌레가 사물을 부패시키고 있기 때문에 벌레를 덜어내는 일을 해야 하고 그 일(事)은 부패를 해결하는 것이고 조상으로부터 이어 받았으니 큰일이다. 그러면 임은 왜 대(大)인가. 임은 소장생괘에서 양이 나아가서 커지는 괘이니 큰 세력이고 큰 것이다.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층부 곤괘(坤卦)는 나약해 추진력이 약하고 하층부 태괘(兌卦)는 현실에 기뻐해 상층부의 어려운 상황을 아랑 곳 하지 않은 채 기쁨에 안주하고 있다. 그래서 상층부와 하층부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전체적으로 혼란스럽다. 따라서 이 상괘의 윗사람은 깊은 마음으로 아랫사람의 에너지를 잘 파악해 적당한 때 임(臨)해 현실의 정체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임괘’(臨卦)라 했다. 상하괘의 상을 보면 소녀가 어미를 따르는 소녀종모지상(小女從母之象)이고 윗사람이 아래에 임하는 모습(以上臨下之課)이며 이는 마치 봉황이 무리를 이룬 닭들 속으로 들어있는 상(鳳入群鷄之象)이고 양기가 운기를 타고 세력이 커지는 모습이 마치 꽃들이 모여 만발하고 있는 것(黃花叢生之意)과 같다.

임괘의 괘사(卦辭)는 ‘임, 원형이정 지우팔월유흉’(臨, 元亨利貞 至于八月有凶)이다. 즉 ‘임하는 형국이니 크게 형통하고 이롭고 바르다. 팔월이면 늦어 흉하다’는 것이다. 임괘는 양이 힘을 얻어 양기(陽氣)가 커 나아가고 음의 세력이 소멸됨으로 올바름이 있고 형통하는 것이고 음력 8월이 되면 백로(白露)가 돼 이슬이 내리고 이제는 음의 세력이 커 가니 흉하다는 것이다. 64괘의 소속 월에서 임(臨)은 12월, 관(觀)은 8월에 해당된다. 임괘의 소속월이 12월이니 양이 하나 더 자라면 태괘가 돼 1월, 양이 또 하나 더 자라면 대장괘가 돼 2월, 이러한 방법으로 소장생괘법을 활용하면 7, 8개월이 지나면 천산둔 또는 천지비 때에 이르러 군자(君子)인 양이 사악한 음의 세력에 쫓겨 피신해 은둔(隱遯)하는 때(遯卦)가 되고 막혀(否卦) 버리니 괘사에서 ‘팔월이 되면 흉하다’(至于八月有凶)라고 한 것이다. 임괘의 음양을 바꾼 이괘(裏卦, 配合卦)가 바로 둔괘이다.

점해 임괘를 얻으면 지금은 운기(運氣)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때이나 머지않아 쇠퇴의 시기가 오니 이를 준비해야 한다. 지위나 봉급이 올라가는 때로 지점장이나 외국으로 유학 등 영전, 이동을 명받는 일이 생기나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장래의 계획을 세워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업, 거래 등에서는 운기가 좋으나 강경책보다는 온화한 태도로 하되 방심하지 않아야 공을 이룰 수 있고 위기가 없다. 새로운 계획은 착수하는 호기(好機)이고 전업, 취업, 소원 등도 이뤄지는 시기지만 ‘지우팔월 유흉’(至于八月 有凶)이라 했으니 영속하기 어려운 징조에 마음을 써야 한다. 사람의 성질은 기(氣)가 세고 경솔하며 비대한 체질로서 신경질이고 고집 센 아저씨의 상이다. 임괘를 초이효, 삼사효, 오상효를 묶어 크게 보면 대진(大震)의 상으로 목(木)이 왕(旺)하여 꽃, 동(東), 봄으로 사람이 많이 모여 있고 양기(陽氣)가 화려하게 장식이 돼 있는 장소이며 대중의 집회 상이다. 또한 진은 우레, 번개로 큰소리이니 위협 등으로 놀라는 일도 있다. 따라서 임괘의 때는 성대(盛大)한 시기로 황색의 국화꽃이 만개한 황화총생지상(黃花叢生之象)이다. 혼인은 본인이 대단히 열성적이나 상대는 그다지 마음이 없는 상황으로 나쁜 인연은 아니고 열성 침착으로 진행하면 성사 가능하다. 남아(男兒)를 잉태했고 안산(安産)이나 임박했다는 뜻이 있어 뜻밖에 조산(早産)일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뜻이 정해지지 않아 금방은 돌아오지 않고 가출인은 기차 등을 타고 멀리 갔고 8일, 8개월 후에 돌아오며, 분실물은 도회지의 번화한 길에서 잃어버렸으니 찾기 힘들다. 병세는 양이 세력을 형성해 왕(旺)하여 가니 회복하기 어려운 위독한 병이고 대진(大震)으로 조그만 일에도 화내고 신경이 날카로워 정신적 안정을 잃고 체력이 약해져 간다. 병은 비위(脾胃), 폐, 다리, 신경쇠약, 히스테리, 발광 등으로 재발했고 방치한 결과이며 점점 악화된다. 그러나 병자의 생명보전 여하를 묻는 점이라면 길(吉)로 본다. 지금까지 나쁘고 절망적으로 보였던 병자도 임괘를 득하면 소장생괘(消長生卦)를 보고 일양래복(一陽來復)해 생기(生氣)가 점차 소생해져 감으로 앞으로 점점 좋아져 생명을 보전한다. ‘병세’를 묻는 점과 ‘생명보전 여하’를 묻는 점에 대한 답이 다르다. 문제는 점적(占的)을 잘 정해 물어야 한다. 날씨는 천둥 번개가 치고 흐르고 비가 올 듯하면서 변화가 심하다. /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