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형광등이 내 얼굴에 떨어지면 어쩌지?’

천정을 향해 누워있다 재빨리 자리를 고쳐 누울 때가 있다. 음식을 만들 때마다 맛이 걱정되고, 날마다 하는 일에도 잘못 될까 두려워 걱정이 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겁쟁이 빌리』 에 등장하는 빌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모자들이 방안 가득 나타나 날아다니면 어쩌지? 열려있는 창문으로 신발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가버리면 어쩌지? 커다란 먹구름이 방안으로 들어와 내 머리위에 머물고 있으면 어쩌지? 큰 비가 내려 방이 온통 물바다가 되면 어쩌지? 커다란 새가 날아와 나를 잡아가면 어쩌지?’ 너무 많은 것들이 걱정되어 잠을 잘 수가 없다. 빌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들은 상상일 뿐,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아빠의 말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를 꼭 지켜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하는 엄마의 말에도 위안이 되지 않은 빌리. 빌리의 일상은 날마다 걱정에 걱정을 더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빌리는 할머니 집에서 자게 되는데, 더 많은 걱정들이 몰려와 잠을 잘 수가 없다. 빌리는 자기의 걱정이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머니에게 자기의 걱정을 털어놓고, 할머니는 빌리에게 걱정인형을 건넨다. 빌리는 할머니가 주신 걱정인형들에게 온갖 걱정을 모두 다 털어 놓고 나서야 곤히 잠이 든다.

‘걱정 인형’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 인디언들에게서 시작된 인형이다. 걱정이 많아 잠 못 이루는 아이들에게 인디언들은 작은 인형을 만들어 잠자리에 든 아이들에게 주며 말했다. “애야 이 인형들은 걱정인형이란다. 이 인형들에게 너의 걱정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렴. 네가 자는 동안에 이 인형들이 너의 걱정을 대신 해 줄 거야.” 아주 작은 나무 조각과 남은 천 조각으로 만든 조그맣고 볼품없는 인형이지만, 걱정인형 덕분에 아이들은 편히 잘 수 있었다.

우리 또한 참으로 많은 걱정들 속에서 살고 있다.

걱정의 종류도 다양하다. 직장문제, 인간관계, 건강문제, 자녀문제, 경제력 등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처럼 예측 할 수 없는 걱정들까지. 예측불허의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만큼이나 걱정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걱정들은 빌리의 걱정처럼,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상상 속 걱정이거나,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걱정해 봤자 절대로 변하지 않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걱정들이다. 걱정하는 만큼 걱정이 사라진다면 걱정하고 또 걱정하며 살아야겠지만 걱정은 우리의 삶과 희망을 앗아갈 뿐이다. 우리의 마음 곳곳에 어둠을 심어 분별력과 결단력을 잃게 하며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

‘내 걱정을 대신해 주는 걱정 인형들의 걱정은 누가 대신해 주지?’

걱정 인형 덕분에 한동안 걱정을 잊었던 빌리에게 또 다른 걱정이 생긴 것처럼,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을 뿐이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은, 사고 날까 두려워 차도 배도 비행기도 탈 수 없어 집안에만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아니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 갑자기 차가 들이닥치면 어쩌지? 그 또한 걱정 되어 집안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누구든 바로 이 시간 이후에 우리가, 그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참으로 무더웠던 나날들.

오늘 하루도 숨 쉬며 보고 듣고 말하며 살아가게 하심에 감사하며 걱정은 이제 그만.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앞당겨 걱정하기 보다는 긍정의 마음들을 모으고 모아 오늘도 힘차게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