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때문에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선풍기와 시원한 생수 한 통으로 이겨냅니다.”

낮 기온이 35도를 육박한 지난 18일 광주 남구 월산동 쪽방촌.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비좁은 골목을 10분 정도 걸어가보니, 한 주택에서 이병기(77·사진)할아버지를 만나볼 수 있었다.

더운 공기가 가득한 좁은 방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이 할아버지는 선풍기를 틀어놓았지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막 꺼낸 듯 한 시원한 생수를 연실 마시면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할아버지가 무더위에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 모습에는 힘겨운 기색 보다는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홀로 10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이 할아버지는 “주민센터와 요양원에서 쌀·김치·생수 등을 지원받은 데다 요양원 아주머니가 직접 방문해 매일 청소도 해준다”면서 “최근에는 선풍기와 시원한 생수도 제공받아 무더위쯤은 쉽게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불편해 외출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요즘 같은 날씨에 밖에 나갔다가 쓰러질 수도 있어 자제하고 있다”며 “그저 방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속 편하지만 추위보다 더위가 사실상 견디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이 할아버지를 괴롭히는 것은 비단 낮 뿐만 아니다. 밤에는 모기떼와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밤에는 모기 때문에 창문을 열수도 없고 창문을 닫으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무더운 여름에는 이렇게 사는 게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래도 “주민센터와 요양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더위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도움주고, 덕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환히 미소 지었다. /김동수 기자 kds6400@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