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고교 시험지 유출사건에 의혹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해당 고교 행정실장과 학부모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와 추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시험지를 유출한 광주 모 고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2·여)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정확한 유출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특히 시험문제 유출에 개입했거나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추가로 형사입건한다는 방침을 두고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행정실장이 위험 부담을 안고 시험문제를 빼돌린 이유로 금품 제공 또는 퇴직 후 일자리 보장 등 개인적인 대가뿐만 아니라 상부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학부모는 아들 성적을 올려 의대에 진학시키겠다는 목적이 분명했지만,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두고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행정실장은 범행동기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 이사장의 부인과 B씨가 고교 동문 사이로 평소 친분인 있었던 사실도 확인하고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험지 유출 사건이 학교 구성원에게 알려진 이달 11일 이후 B씨와 이사장 부인이 휴대전화로 연락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의사이면서 병원을 경영하는 학부모 B씨가 학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4월 발전기금 300만원을 기탁한 점도 이번 사건과 연결성이 있는지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현재로썬 빼돌린 시험문제로 공부해서 성적을 올린 B씨 아들 C군은 이번 사건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적다. 시험문제를 입수한 B씨가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지와 다른 양식으로 편집한 후, 기출 또는 예상 문제를 정리한 속칭 ‘족보’라며 아들에게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군이 ‘족보’ 내용을 급우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등 경찰이 파악한 정황상 시험문제 유출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경찰은 조만간 C군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시험지 유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A씨와 B씨에 대한 추가 소환과 신병처리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경찰서 김상구 형사과장은 “유출 당사자에 대해 윗선의 개입, 개인적 친분, 경제적 이익, 퇴직 뒤 일자리 보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통신수사·압수수색 등에서 새로운 증거물 혹은 단서가 나오면 관련자·피의자 소환 등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