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미술관이 ‘도전과 실험 작가’ 시리즈 첫 전시로, 광주지역 청년작가인 박다혜 작가의 초대전을 오는 28일까지 연다.

산수미술관의 ‘도전과 실험 작가’ 시리즈는 다양한 매체 실험을 하는 작가를 선발해 개최하는 전시다.

‘낯선 죽음의 풍경’을 주제로 한 이 전시에선 소외된 난민이나 죽어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온 박다혜 작가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박 작가는 2012년 조선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전시에서 인간의 불안과 존재론적 고민을 고래로 형상화한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대형 캔버스에 등장하는 고래는 곰에게 뜯겨 먹히거나, 포획돼 숨통이 조여들며,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다. 작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불안해하는 나의 이야기, 즉 자화상”이라며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SNS 등 미디어에 길들여져 타자의 죽음과 고통을 일회적인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고래를 통해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한 우리 시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미디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죽은 고래’ 이미지를 낯설게 보이게 연출함으로써 그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집중하게 하고, 동시에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묘사를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그 소재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온난화로 죽어가는 고래의 죽음에 대해 낯설면서도 애착을 가지고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 양식의 실험을 하고 있다. 목탄과 아크릴 물감을 동시에 사용해 현대인의 느끼는 고통과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고, 오일 물감이 주는 광택을 이용해 사건의 집중도를 높이기도 했다.

‘작가와 비평가의 대화’ 워크숍에 참여한 조사라 박사는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죽거나 죽음과 맞닥뜨린 캔버스 속 고래는 현대인의 숙명과도 같은 불안의 표상”이라며 “전쟁, 테러, 난민, 자연 재해 등 사회적 이슈를 미디어를 통해 접한 작가는 지구촌 거대 담론 속에서 개인을 투영해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