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출범으로 광주시와 전남도 산하 공공기관장 거취를 둘러싸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단체장이 바뀌면 산하 공공기관장은 비록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더라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수장이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앉히는 수순을 밟아왔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은 전임 강운태시장 때 임명된 기관장들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윤 시장은 “산하기관장들이 거취표명을 미루고 있는데 시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이에 산하기관장들이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고 이후 퇴진을 요구받은 기관장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홍역을 겪었다. 이처럼 단체장 교체기마다 기관장 거취가 거론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는 단체장이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지배권을 강화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조직을 책임있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선거과정에서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의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의 인위적 퇴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산하 공공기관장은 공사·공단 4곳과 출연기관 18곳 등 22곳으로 이중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은 15곳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시의회의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새 단체장과 코드가 맞지 않아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그만둔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한 광주시는 올해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기는 보장하되, 내년 이후 임기만료자에 대해서는 직무관련 전문성, 민선7기 시정철학과의 방향성 측면을 기본으로 한 경영성과 평가 등을 종합해 임기보장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여론의 비난과 당사자의 저항을 줄이면서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인선에 있어서 단체장의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제는 반강제적인 퇴출보다는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 혁신의 기준은 전문성·능력에 부합하는 차원에서 정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