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최흥종 목사 서거 5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최흥종 목사님이 무등산 일원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가난한 아이들을 농촌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삼애학원인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증심사 바로 아래쪽으로 증심사와 약사사에서 흘러내린 시냇물이 마주치는 곳에 의재 미술관이 자리합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인이 경영하던 다원이었던 곳을 의재 허백련이 인수하여 오방 최흥종 목사와 같이 농촌근대화의 지도자를 양성하던 삼애학원을 설립하고 1947년 광주 농업고등기술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삼애(三愛)란 애천(愛天), 애토(愛土), 애족(愛族)으로 오방은 이것을 하나님 사랑, 민족사랑, 땅 사랑으로 정의해 삼애학원의 건학 이념으로 삼았습니다. 해방 후 혼란을 극복하고 국력을 기르기 위해서 먼저 농촌의 부흥과 근대화를 이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가난 때문에 진학을 못하는 농촌의 청소년들에게 교육기회를 부여하고 영농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건학 이념에 동조한 노산 이은상과 홍석은, 김천배등이 초기 설립 업무를 적극 도왔으며 다석 유영모 선생은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를 지어 보내고, 그 가사에 김천배 선생은 노래로 만들어 교가를 만들었습니다.

“님이 하이시니 하늘에서 해 / 해에서 땅 땅에서 흙 / 흙에서 풀 / 풀에서 밥이 이바지되다”로 시작된 교가에서 ‘하이시니’는 ‘신이 내려주신’이라는 뜻입니다. 교가의 내용에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자연에서 사람과 어울리며 골고루 성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개교당시 교장자리를 두고 오방 최흥종과 의재 허백련은 서로 사양했으나 결국 오방이 교장이 되고 의재가 부교장을 맡았습니다. 수업료를 받지 않고 후진을 양성하면서 덴마크의 중흥을 이땅에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교 당시 15명이었던 신입생은 교사들과 침식을 함께 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농촌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닦았습니다. 1975년까지 운영된 이 학교는 모두 24기에 걸쳐 243명을 배출하였습니다.

오방이 머물렀던 춘설헌에 대해 소개합니다. 증심사쪽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 언덕 위에 현대식 기와집이 있습니다. 의재미술관 맞은편 쪽으로 쭉 올라가면 석아 최원순이 지병을 요양하기 위해 별장을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석아정이라고 했습니다. 후에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린다는 뜻으로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거세수술을 받은 최흥종 목사가 은거하면서 생활한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오방정이라했습니다. 오방이 의재에게 양도했는데 1958년 지금의 건물로 개축해 ‘춘설헌’이라고 부릅니다. 무등산은 우리의 영적 거장과 많은 시민들을 품어줬습니다. 광주를 일궈낸 인물들을 품에 안고 그들이 광주를 영글어가도록 했습니다. 무등산 품에서 광주는 오늘에 이르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