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은 함께 묵념하고, 노래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열린 올해 기념식은 1980년 5월 광주를 재현, 희생자들의 삶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엄수됐다. ▶관련기사 2·6·7·17면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각 정당 대표, 5·18 유공자·유족, 시민, 학생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

5·18과 인연이 깊은 외국인들도 대거 참석해 오월 영령을 위로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를 비롯해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2018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 등이 빗속에서도 한송이 국화꽃을 헌화했다.

이중 마사 헌틀리 여사는 기념식 단상에 올라 남편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도 전했다. 또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주인공 고 김사복씨의 아들 승필씨가 참석해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의 만남도 이뤄졌다.

기념식은 추모공연,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서로 50분간 진행됐다.

기념식의 사회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영화배우 김꽃비씨와 김채희씨가 맡아 울림있는 기념식을 이끌었다.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는 광주다웠다. 역사에서 정의가 끝내 승리하듯이 광주 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이라며 기념식 참석자들과 뜨거운 눈물을 나눴다.

추모공연에는 5·18 당시 시민참여 독려를 위해 가두방송을 진행했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가 실제 출연, 당시 상황을 재연함으로써 현장감을 더했다.

또 역대 5·18기념식과는 달리 처음으로 시도된 ‘씨네라마’ 형식의 공연은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 1980년 5·18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군과 38년간 아들을 찾아다닌 아버지 귀복씨 사연을 전달해 5·18의 과정과 의미를 재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창현군의 아버지가 공연의 끝에서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면서 유가족들의 한의 깊이를 알리기도 했다. 창현군은 1980년 5월 19일 집을 나간 뒤 사라져 1994년 5·18 행방불명자로 등록됐다.

기념식은 참석자 모두 손을 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됐다.

38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이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김경철·최미애·윤상원·박관현 열사와 이창현 행방불명자 묘역을 유족과 함께 참배했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