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곳을 짓밟고 구묘역에 오르십시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는 오월 영령을 추모하러가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둔 특별한 장소가 있었다.

이곳은 ‘전두환 전 대통령 민박기념비’가 위치한 구묘역 입구.

이곳에 위치한 기념비는 지난 1982년 전 전 대통령이 담양군 고서면 성산 마을에 잠입해 세운 민박기념비로 구묘역을 오를 때면 반드시 이곳을 짓밟으라는 안내가 있었다.

안내판에는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현장! 전두환이 자기죄를 은폐 하고자 학살현장인 광주를 방문하지 못하고 담양에 잠입해 민박기념비를 세웠다. 이에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을 참을 수가 없어 1989년 1월13일 이비를 부수어 이곳에 묻었나니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곳을 짓밟아 통일을 향한 큰길로 함께 나아갑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기념비는 오전 내내 내린 빗물로 고여 있었고, 빗물이 고일 정도로 기념비는 훼손돼 있었다. 오랫동안 이 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밟혀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을 짓밟고 가세요”라고 외치며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김명규(82) 할아버지는 기념비를 밟고 지나며 “5·18기념식 행사 때만 들리지 않고 평소에 생각나거나 보고 싶으면 묘역에 항상 들린다”며 “내 아들은 5·18 당시 ‘전두환 타도 민주쟁취 시위’를 주도하고 나섰다가 수배를 당하고 투옥생활에 병까지 얻어 간암으로 사망했다. 반드시 오월 진상규명과 계엄군의 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38주년 5·18기념식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 표창원 의원, 김사복 큰아들 김승필씨,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여사 등 묘역을 찾은 참배객과 시민들은 구묘역을 향하며 이 기념비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