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7일. 1년이 조금 지나서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온 박근혜가 탄핵되는 과정을 지켜본 세계인들은 촛불혁명이 평화적이지만 장엄했던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을 보고 감탄했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평화’의 이름으로 치러지고, 그곳에서 남북의 극적인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더니 이내 남북정상회담, 더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는 말 그대로 ‘세기의 이벤트’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진행과정이 주변 강대국들의 작용에 이끌려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의 외교사에서 가장 큰 족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많다. 김대중 대통령이 열었던 남북의 하늘길, 노무현 대통령이 넘었던 남북의 휴전선에 이어 분단의 상징적 공간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의 정상회담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로,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계된 주변 강대국들의 손익계산에 따른 부지런한 움직임이 그것을 확인시켜 준다.

이번 남북정삼회담을 이야기하면서 왜 땅끝을 앞세웠는지는 남북정상회담이 남북의 평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는 시작에 불과하며 그 이후 진행될 많은 일들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휴전선은 남북의 대치점에서 그치지 않고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의 연결을 가로막고 있는 동서진영의 장벽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남북의 경제협력과 주변 국가들의 목적과 이해관계가 잘 조정된다면 이제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이 연결되고 환태평양권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미 각국의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이 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그래서 해남의 땅끝은 땅끝이 아니라 유라시아로 향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고, 해양과 대륙이 만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연결된다면 두발로 아시아와 유럽을 모두 다닐 수 있게 될 것이고, 경제적 물류는 한반도를 통해 해양과 연결될 것이다. 그야말로 유라시아 경제권의 꼭지점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휴전선에 의해 남쪽은 반도이면서 섬이 아닌 섬이 되어 고립되는 모양새였다면 이제 고립된 섬이 아니라 정보와 물류와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환경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땅끝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광주와 전남이 이런 시대적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광주와 전남의 내일에 대한 고민, 급변하고 있는 국제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른 광주, 전남의 대응은 보이지 않고 비방과 상대후보의 흠집만을 도드라지게 하는 정쟁만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 전남의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시·도민들의 피로감 역시 적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일이 있다. 이른바 문심도 아닌 문재인 인기에 기대려는 얄팍한 선거운동만이 있을 뿐, 문재인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계획이나 공약,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등과 연계된 공약과 정책의 구체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하물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변하게 될 정치, 경제적 환경과 국제질서까지를 내다보고 광주와 전남의 발전 계획을 내놓는 것은 애초 기대난망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왕 이야기 나온 김에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혁신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는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거니와 능력도 없으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만 탓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게 되어 있다. (다음 기회의 지면에 문재인 정부의 지역혁신 정책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광주와 전남은 그 정책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피력할 계획이다.)

광주와 전남의 위정자들에게, 그리고 그 위정자들과 함께 공약을 개발하고 지역발전과 더불어 시·도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생산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세기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남북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정치, 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비한 광주와 전남의 내일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으로써 6·13선거가 되도록 하자. 또 다시 정쟁에만 매몰되었다가 뒷북치는 지역차별의 볼멘소리로 스스로 고립되지 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