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불안장애로 1년 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A(50·여)씨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고 소화불량으로 음식조차 섭취하기 어려워 새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A씨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했고, 2주뒤 내원하기로 했지만 A씨는 ‘왜 우울증 약을 줬냐’며 의료진에게 물었다. 그동안 불안장애였던 그는 불안증 약만을 처방받았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A씨에게 충분한 약물에 대한 설명을 거쳐 복약했고, 증상은 더디지만 호전 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하며 약물을 처방할 때마다 흔하게 듣는 질문들이 있다. 특히 위 사례에서 등장한 여성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이 꺼려져서 1년 넘게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독하고, 한 번 먹으면 의존 돼 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라고 답했다. 진료 현장에서 흔하게 이런 질문을 자주 접하는 것이 현실이다.

◇약물 ‘심리적 의존’ 특징

도움말 정유란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통칭해 ‘정신과 약’ 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크게 항정신병약물,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항불안제, 수면제, 인지기능 개선제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우리가 염려하는 의존이 생기는 약물은 항불안제 일부이다.

흔히 쓰는 수면제도 이 항불안제 계통이다.

그렇다면 다른 약물에 대해서는 의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의존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체적 의존과 심리적 의존인데, 앞서 말한 항불안제에 대한 의존이라 함은 신체적 의존을 말한다. 즉, 신체적 의존은 항불안제에서만 생기니 다른 약물을 복용하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 의존은 종종 생긴다. ‘심리적 의존’은 약이 없으면 잘 지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 외래 현장에서 증상이 호전돼 약을 줄여보자고 하면 강하게 거부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심리적 의존 때문이다.

반면 심리적 의존은 중독과는 다르다. 실제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것 같이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심리적 의존은 주의해야 한다. 심리적 의존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당 의사와 약물에 대해 자주 상의하고, 약물을 자의로 조절하지 않는 것이다.

불안장애 환자에게 우울증 약을 처방했더니 증상이 호전 된 것은 왜일까? 많은 환자들이 ‘나는 불안한 환자인데 왜 우울증 약을 주느냐’, ‘나는 기분장애 환자인데 왜 조현병 약을 주느냐’는 등의 질문을 한다.

‘우울증 약’ 이라는 타이틀로 출시가 된 약물도 특정 용량에서는 불안 증상을 호전시킨다.

기분장애나 조현병에 쓰이는 약물도 마찬가지이다. 약물을 쓰는 기간, 용량, 다른 약물과의 병합 등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치료 마무리 ‘중요’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부작용이 유독 심하다는데 정말 안전한지를 묻는 분들이 있다. 물론 부작용은 있다. 약물 투여 초반에는 약물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졸림, 불면, 오심, 구토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며,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약물은 효과와 부작용이 있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이 다른 과 약물과 차이점이 있다면 심리적인 거부감이 한 번 더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복용하면 ‘정신과 환자’가 된다는 자기 낙인, 사회적 낙인이 있는 것 같다.

약을 먹기 때문에 내가 환자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약물에 투사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약 때문이라는 식으로 귀결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보인다.

진료 현장에서 접하는 가장 안타까운 경우 중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약물에 대해 검색해보고 자신의 질병과 맞지 않는 약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약을 끊는 것이다.

어떤 약물이라도 나와 맞을 수 있고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담당 의사와 함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 완치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대한 오해로 인해 적절히 받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수많은 약물들이 개발돼 부작용은 거의 없으면서도 효과적인 약물이 많다. 적절한 치료법으로 많은 분들이 정신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정리=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