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예비후보들, ‘하남산단’을 가보길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 재생 준비중
2018. 03. 27(화) 18:46 가+가-
“하남산단은 30년이 넘었습니다. 도로는 비좁고 주차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기반 시설의 노후화는 심각합니다. 버스 노선도 불편합니다. 근로자를 위한 문화·복지·편의 시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하남산단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작년 12월 열린 더좋은광주일자리포럼에 참석한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승용 사무국장의 토로(吐露)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남산업단지(이하 하남산단)을 두 차례 가봤다. 지난 주말 하남산단은 무척 한가했다. 하지만 이번 주 월요일 모습은 많이 달랐다. 주차된 승용차들로 좁은 도로는 만원이었다. 도로를 질주하는 대형 트럭이 자주 목격됐다. 식당은 물론이고 흔한 편의점을 산단 내에서 찾기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하남산단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한 이승용 총무부장의 주장 그대로였다.
하남산단 역사는 꽤 오래 됐다. 광주상공회의소가 주도한 일명 ‘광주권 생산도시화 운동’의 핵심 사업으로 시작됐다. 낙후된 광주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1976년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조성 사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1981년 1차 산단 개발(153만㎡)이 시작돼 1983년 준공됐다. 1986년 지방공업단지로 지정됐고, 그해 말에 2차 사업(207만㎡)을 착공해 1989년 완료됐다. 1989년 3차 사업(234만㎡)을 시작해 1991년 준공했다. 현재 모습을 갖추는데 무려 21년이 걸렸다.
이렇게 조성된 하남산단은 광주 제조업의 거점이 됐다. 자동차와 가전 부품 관련 대기업 협력업체가 주로 입지해 있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천여 개의 기업에 2천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광주 제조업 고용의 45% 정도를 차지한다. 입주 업종은 기계(28.0%), 금속(22.1%), 운송장비(17.3%), 전기전자(14.1%) 등이다. 광주시 제조업 생산의 48%, 제조업 수출의 26%를 정도를 하남산단이 담당한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입주 업체 대부분이 매우 영세하다.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37%, 1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100인 이상 사업장은 5%에 불과하다. ‘가난한’ 산단이다. 그런데 산단 역할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 고용은 2012년을, 생산과 수출은 201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 추세다. 하남산단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다. 그러니 광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차지하는 전국 비중이 계속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하남산단은 많이 늙었다. 산단 조성이 시작된 1981년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로 38년째다. 3차 사업 준공을 기준으로 해도 하남산단 올해 나이는 27세다. 산단을 지탱하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는 매우 심각하다. 산업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공동 연구(2014년)에 의하면, 전국 83개 노후 산단 중 주차장 면적 비율은 최하위, 도로율(%)은 55위, 건축물 노후도(%)는 53위, 복지시설과 기숙사(수용인원 기준)는 최하위다. 늙은 하남산단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산업 생태계 측면은 더 열악하다. 입주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의 협력·하청업체여서 독자적인 기술개발 역량이 취약하다. 연구소와 연구인력 보유율, 업체의 특허출원 건수 등이 전국 83개 노후 산단 중 ‘하급’에 속한다. 여기에다 백색가전 관련사업의 해외 이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수도권으로의 사업체 이전, 젊은 연구 인력의 기피 등으로 하남산단 입주업체의 기술 경쟁력은 약화 일로(一路)다.
이 대목에서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광주를 좋게 만들겠다’는 필요 조건이 무엇인지 말이다. 광주를 품격 높은 ‘문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전제돼야 하는지를. 물론 좋은 도시, 품격 높은 도시가 되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 테다. 그러려면 기업, 특히 전후방 연계 효과가 높은 제조업 사업체가 지역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조업 관련 일자리 창출은 신규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존 사업체의 재구조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말이다. 일본 후쿠이 현 사바에(鯖江)시가 좋은 사례다. 지연(地緣) 산업인 ‘안경 산업’의 신소재화를 추진해 티타늄·형상기억합금 안경테 등을 만들고 티타늄 가공 기술을 의료기기·광센서 등으로 확대해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어려운 대기업 유치에 목매지 말고 지역에 있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더좋은광주일자리포럼에 참석해 강조한 하남산단관리공단 이승용 사무국장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수님! 새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있는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그렇다. 일본 사바에시 방식을 하남산단에 적용할 수 있다.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여,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이런저런 공약(空約)은 뒤로 하고 하남산단을 먼저 가보시라.
작년 12월 열린 더좋은광주일자리포럼에 참석한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승용 사무국장의 토로(吐露)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남산업단지(이하 하남산단)을 두 차례 가봤다. 지난 주말 하남산단은 무척 한가했다. 하지만 이번 주 월요일 모습은 많이 달랐다. 주차된 승용차들로 좁은 도로는 만원이었다. 도로를 질주하는 대형 트럭이 자주 목격됐다. 식당은 물론이고 흔한 편의점을 산단 내에서 찾기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하남산단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한 이승용 총무부장의 주장 그대로였다.
이렇게 조성된 하남산단은 광주 제조업의 거점이 됐다. 자동차와 가전 부품 관련 대기업 협력업체가 주로 입지해 있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천여 개의 기업에 2천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광주 제조업 고용의 45% 정도를 차지한다. 입주 업종은 기계(28.0%), 금속(22.1%), 운송장비(17.3%), 전기전자(14.1%) 등이다. 광주시 제조업 생산의 48%, 제조업 수출의 26%를 정도를 하남산단이 담당한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입주 업체 대부분이 매우 영세하다.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37%, 1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100인 이상 사업장은 5%에 불과하다. ‘가난한’ 산단이다. 그런데 산단 역할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 고용은 2012년을, 생산과 수출은 201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 추세다. 하남산단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다. 그러니 광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차지하는 전국 비중이 계속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하남산단은 많이 늙었다. 산단 조성이 시작된 1981년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로 38년째다. 3차 사업 준공을 기준으로 해도 하남산단 올해 나이는 27세다. 산단을 지탱하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는 매우 심각하다. 산업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공동 연구(2014년)에 의하면, 전국 83개 노후 산단 중 주차장 면적 비율은 최하위, 도로율(%)은 55위, 건축물 노후도(%)는 53위, 복지시설과 기숙사(수용인원 기준)는 최하위다. 늙은 하남산단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산업 생태계 측면은 더 열악하다. 입주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의 협력·하청업체여서 독자적인 기술개발 역량이 취약하다. 연구소와 연구인력 보유율, 업체의 특허출원 건수 등이 전국 83개 노후 산단 중 ‘하급’에 속한다. 여기에다 백색가전 관련사업의 해외 이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수도권으로의 사업체 이전, 젊은 연구 인력의 기피 등으로 하남산단 입주업체의 기술 경쟁력은 약화 일로(一路)다.
이 대목에서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광주를 좋게 만들겠다’는 필요 조건이 무엇인지 말이다. 광주를 품격 높은 ‘문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전제돼야 하는지를. 물론 좋은 도시, 품격 높은 도시가 되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 테다. 그러려면 기업, 특히 전후방 연계 효과가 높은 제조업 사업체가 지역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조업 관련 일자리 창출은 신규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존 사업체의 재구조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말이다. 일본 후쿠이 현 사바에(鯖江)시가 좋은 사례다. 지연(地緣) 산업인 ‘안경 산업’의 신소재화를 추진해 티타늄·형상기억합금 안경테 등을 만들고 티타늄 가공 기술을 의료기기·광센서 등으로 확대해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어려운 대기업 유치에 목매지 말고 지역에 있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더좋은광주일자리포럼에 참석해 강조한 하남산단관리공단 이승용 사무국장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수님! 새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있는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그렇다. 일본 사바에시 방식을 하남산단에 적용할 수 있다.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여,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이런저런 공약(空約)은 뒤로 하고 하남산단을 먼저 가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