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내 유명광고기획사에 검찰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국민들이 검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해 향후 운영방안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얻고자함이 그 목적이었다. 당시 설문은 동물에 비유하여 실시되었는데 검찰에 대한 이미지는 ‘하이에나’로 나왔다. 하이에나는 다 알다시피 다른 육식동물들이 먹다 버린 짐승의 썩은 고기를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하여는 수사를 하지 못하고 죽은 권력에 대하여만 수사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이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예전에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를 통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던 내용들이 이제 와서 증거가 착착 발견되면서 혐의가 입증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때는 관련자들이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수사협조가 당시에는 살아있는 정권이기 때문에 어려웠는데 지금은 지나간 정권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보다 쉽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련자들의 수사협조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일까? 정말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수사의지가 있었다면 당시에도 관련자들의 협조나 증거확보가 충분히 가능하지는 않았을까?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운대 특강에서 BBK가 본인의 소유라고 직접 얘기하는 동영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현재 검찰은 사면초가 상태이다. 외부적으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고, 내부적으로는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주요과제 중의 하나이다. 현재 검찰은 불철주야 적폐수사를 하면서 이전 정권의 잘못을 속속들이 밝혀내어 엄단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사성과를 올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비리를 밝힌 것도 검찰이다. 그런데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올라가지 않고 정치검찰 내지 정권의 시녀라고 비판받으면서 개혁이 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고 제어하기 위한 공수처 논의가 나오고 수사권 조정 논의가 활기를 띄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검사나 검사 가족 중에는 검사라는 직업을 밝히기가 부끄럽다고 자조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검찰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여전히 국민의 신뢰는 낮고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다면 검찰의 신뢰는 항상 이렇게 낮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높은 적이 있었다. 국민 팬클럽까지 만들어지고 수사하느라고 고생한다면서 대검찰청에 보약까지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 대검찰청에 근무하던 필자는 직접 팬클럽 회장을 만나보기도 하였다.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에 열광했고 박수를 보냈다. 언론에서도 검찰의 수사에 찬사를 보냈다. 그것은 참여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하던 때이다. 그렇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은 열심히 수사를 하는데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차이는 딱 하나이다. 수사의 대상이 ‘살아있는 권력인지, 죽어있는 권력인지’이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하여도 가차 없이 칼날을 겨누었다. 있는 것은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수사를 함에 있어서 여·야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역사는 교훈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검찰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는지는 자명해진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먹는 하이에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표범이 되어야 한다. 조용필의 불멸의 히트곡 ‘킬리만자로 표범’의 가사 중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라는 가사가 유독 가슴에 스며든다. 앞으로 검찰이 현재의 난관을 뚫고 국민의 신뢰를 듬뿍 받은 표범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