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방긋 웃을 듯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인, 티끌하나 없는 파란 하늘, 다양한 색으로 변모한 꽃과 구름….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50여년 화업의 여정을 최근작에 집약한 진원장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꿈의 정원’을 대주제로 한 이 작품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왠지 모를 행복과 희망을 준다.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전시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는 ‘진원장:꿈의 정원’전이다. 평생을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서양화가 진원장 작가가 퇴직 후 갖는 첫 초대전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이 전시에선 진 작가가 최근에 작업한 소품 18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 동·식물을 소재로 꿈과 이상의 세계를 캔버스에 펼쳐낸다.

특히 진 작가가 주로 작업하는 ‘꿈의 세계’는 유년 시절 경험했던 정겨운 기억들이 바탕을 이룬다.

해남 출신의 진 작가는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에 살았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한다. 아담한 동산과 시냇물이 흐르는 곳, 작은 소나무와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득했던 곳 등은 진 작가의 작업 원천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꿈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꿈의 정원’에는 들판과 풀 하나 하나가 살아 있으며 시내가 흐르고 뭉게구름이 자유롭게 유영한다.

여름날의 초록색 나뭇잎도 가을날 색색의 단풍도 있으며, 비가 내리기도 하고 개어 있기도 하다.

때론 한 여인이 정원의 한 곳을 응시한 채 머무르기도 하고 때론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 인간과 자연 등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각각의 형상들은 오직 꿈의 정원에서만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화폭에 담겨져 있다.

진원장 作 ‘꿈의 정원 15’

진원장의 그림 속의 자연은 정형화된 형상이 아닌 그만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해석, 묘사된다.

이처럼 유년 시절의 자연이 진원장의 작업에서의 섬세하고 황홀한 색채의 감성의 자양분이었다면, 자유롭고 때론 투박하게 보이는 붓질을 통한 약동하는 생명력의 표현은 1990년대 후반의 아프리카 여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찾아 스케치 여행을 떠난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거대한 자연을 캔버스에 담았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진원장 작가는 “앞으로는 조선대가 아닌, 충장로 인근에 있는 작업실로 매일 출근을 할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에 대형 기획전을 준비하며 오롯이 작품에만 온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서평을 쓴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과 교수는 “그는 단일색의 배경 위에 꽃, 새, 항아리, 여인 등을 풍부한 색감을 유지하면서 리드미컬하게 그려 넣고 있다”며 “그의 작품은 조화로운 색채 대비와 평안한 균형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이와는 반대로 부자연스런 화면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그 이미지를 한 걸음 물러나서 관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진 작가는 개인전 27회 및 광주시립미술관 오늘의 작가 초대전, 미국 찰스 아담스 갤러리 초대전, 미국 한국문화원 초대전을 비롯한 각종 전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운영위원, 펜실베니아대 연구교수, 조선대 미술대학장 등으로 활동했다.(전시 문의 062-383-0070)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