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근대화의 산실 ‘빛고을’ 광주에서 요즘 가장 뜨는 곳이 양림동이다. 양림동은 광주 근대가 싹튼 곳이다. 10여년 전부터 근대 역사마을로 명명되었고, 이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이러저러한 기념관이 세워지고 근현대 거리가 조성됐다. 지난 10일에는 ‘3·1에서 통일로’라는 주제로 광주독립만세운동(광주 3·1만세운동) 재현행사를 했다. 광주 3·1만세운동기념동상(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내)에서 시작하여 양림오거리를 지나 부동교까지 만세행진을 하는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포토라인이 형성되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명소가 된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은 연원을 살피자면 남장로교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양림동에 뿌리를 내린 선교사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정신이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의 동력이 아닌가 싶다. 아니 이들로부터 양림정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양림동의 시작은 다름 아닌 1904년부터다. 이 해에 광주에선 근현대사의 획을 긋는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소위 광주 근대문화의 싹이 이 때 틔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현대 병원이 시작된 곳은 바로 제중원이다. 1905년 미신에 의존하여 치료하던 이들이 제중병원을 통해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치료를 받았다. 그곳 의사와 선교사들은 한센병자들을 몸에 끌어안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양녀, 양자로 삼았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 주었고, 학비가 있든 없든 간에 교육을 시켰다. 또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촌까지 만들어 지속적으로 돌봐주었다. 소위 미국의 남장로교 선교부가 설립되면서부터 광주 시민을 위한 진정한 노력과 문화를 바꾸는 일들이 벌어진다.

일본인들이 그 이전에 들어오지만 그들은 단지 침략을 자행했을 뿐이다. 그해 반해 남장로교 선교부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일을 벌인다. 단순히 종교전파가 아니라 예수의 삶을 그대로 실천했다. 1908년에는 남학교, 여학교를 세워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1914년에는 오웬 기념각을 세워 근대문화가 꽃 피우는 공연이나 집회를 가능케 했다. 그뿐인가, 학교를 통해 생활이 가능하도록 양잠기술, 바느질, 그리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들을 가르쳤다. 아울러 교회는 종교적 예배만이 아니라 노래와 예술,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보급했다. 6·25 이후 귀일원, 동광원, 충현원 등이 생겨서 버려진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에게 생을 이어가게 해 주었다.

선교사들의 삶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삶을 지켜본 광주 사람들도 그대로 본받았다. 선교사들이 살았던 삶, 즉 예수님의 삶을 배워 그대로 행하였다. 아니 광주의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일구어 낸 유산(heritage)은 실로 놀랍다. 이들 선교사들에게서 깨우친 것을 그대로 삶으로 살았다. 선교사들이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 환자들을 가슴에 끌어안자 광주사람들도 끌어안았고, 걸인과 버려진 아이들을 교육시키자 함께 교육시키는 일에 동참했고, 여인들을 깨우치자 여학생과 여인들이 일어나 3·1운동과 개혁에 앞장섰다.

2012년부터 활동해온 ‘The1904’는 공연·전시 단체와 협력하여 서서평뮤지컬, 연극 나의 남편 나의 아버지 최흥종, 스승 유화례 등을 공연했으며, 유진벨, 오웬, 서서평 전시 및 한·중교류전시회, 한·이교류전시회, 오방의 빛 전시회 등을 개최했다. 제1회 추진위원장은 서서평을 널리 알린 소향숙전 전남대 간호학장이 맡았다. 선교사들의 값진 삶을 기억하고 이어받기 위해 양림동의 인문학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는 ‘The1904 아카데미’를 열었다. 작년 가을 아카데미 1기때는 유진벨, 헌트리, 강순명등을 살펴 봤다. 오는 19일부터 오는 4월30일까지‘The1904’ 아카데미 2기를 진행한다. 장소는 허철선 선교사 사택2층이다. 선교사들이 남긴 공간에서 이세종, 이현필, 최흥종, 고허번 등을 공부할 예정이다. 열린 문으로 많이 와서 함께 배우고 그들의 삶을 본받았으면 한다. 참다운 광주정신은 선교사와 그들은 본받은 광주사람들이 행했던 양림정신과 맞닿아 있다. 동학과 학생독립운동에서 이어져 내려온 광주정신은 양림정신에서 더욱 튼실해진 것이다. 그 양림정신을 ‘The1904’에서 함께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