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축제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단연 ‘불꽃놀이’다. 화려한 불꽃 쇼는 올림픽과 같은 다양한 국제행사의 개·폐막식에서도 펼쳐지는 등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불꽃이 터질 때마다 나는 굉음, 강렬하게 튀는 스파크 등은 끔찍한 전쟁의 인상을 떠올리게 하는 신호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현상을 두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광주문화재단이 올해 상반기 공모에서 선정된 ‘리:몽타주’(RE:MONTAGE) 전시를 15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실험적 미디어아트 전시공간 미디어338에서 개최한다.

박성준·박형철 작가는 ‘리:몽타주’를 통해 영화적 요소를 작품 속에 반영한 독특한 형태의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구역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 대표 작품인 ‘YOUR FLAME’(유어 플람)은 높이 4.5m의 전시 공간 안에 관람자의 위치나 움직임에 따라 조명과 사운드, 연기(fog)가 동시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이다. ‘불꽃’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불꽃놀이·전쟁폭격이 동시에 갖는 이미지와 의미를 통해 관람자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성준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해 오고 있는 ‘몽타주 시리즈’도 전시된다. 관람자가 헤드폰을 끼고 스크린 앞에 서면, 관람자의 이동 방향에 따라 센서가 작동해 특정 이미지를 비춘다. 스크린 속에 자동차가 나타나면 경적소리가, 집이 나타나면 내레이션이 헤드폰 속에 흘러나온다. 여기서 내레이션은 미국의 연쇄살인범 8명이 했던,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벌어지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PERCEPTION’(지각·인식) 작업은 영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해 이뤄진다. 박성준 작가가 스위스 현지에서 찍은 작업으로, 비슷한 듯 다른 세 개의 화면이 시간차를 두고 이어진다. 기존 영화나 영상의 문법을 해체해 선보인다.

박성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세 점의 작품들은 대상에 관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생각의 틀을 깬 미디어아트 작품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준 작가는 스위스 제네바고등미술학교에서 시각예술과 미디어 디자인을 수학하고 영화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형철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개념적인 설치와 공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여러 작가의 전시 기획부터 설치, 공간구성에 직접 참여하며 다양한 방식의 실험적인 공동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전시 개막 행사는 15일 오후 5시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338’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아트 관광레저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빛고을아트스페이스 2층에 마련된 복층 전시 공간이다. 1층은 미디어아트 전시는 물론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작품 설치가 가능한 융·복합 전시 공간이고, 2층은 이이남 작가가 기증한 VR체험 작품 ‘혼혈하는 지구’가 설치돼 있다.(전시 문의 062-670-7492)/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