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인 입맛 사로잡은 흑염소 고기집

KIA타이거즈의 안치홍·신종길·서동욱, SK와이번스의 문승원·박종훈·김태훈·서진용·제춘모, 그리고 이종격투기의 김동현·조남진, 개그맨 변기수 등 이름 깨나 알려진 유명인들이 광주에서 홀딱 반한 맛이 있다.

바로 몸에 좋은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흑염소 고기다. 원기보충에 그만인 흑염소 고기로 뭇 사람들과 유명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광주시 매월동에 있는 ‘매월 흑염소가든’이다.

부모와 30대 두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 2008년에 개업 후 ‘흑염소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고 맛있는 집’으로 소문났다. 과연 그 맛의 비결이 무엇일까?

# 흑염소 누린내 없애는 묘책은 ‘된장’

두 아들이 가업을 이어가지만 이 집에서 맛의 주도권은 어머니 강봉덕씨가 잡고 있다.

23살에 결혼한 강봉덕씨는 지금의 남편과 함께 생계수단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광주 주월동에서 ‘백숙 장사’를 처음 시작했다. 남편이 포도밭에서 닭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맛이 좋아 5년간 제법 장사가 잘 됐는데 이들 부부는 흑염소 식당으로 전향했다.

과거 지금 터에서 장사했던 흑염소 식당에 세를 내주고 있었는데 그들이 이사를 가자 강봉덕씨가 과감히 뛰어들었다. 흑염소를 다뤄본 경험이 전혀 없이 말이다. 여러 흑염소 식당에 다니면서 누린내 때문에 아예 입도 못 댔던 강봉덕씨는 이 냄새를 없애는 것이 최대의 관건. 고향 나주에서 친정어머니로부터 본 경험이 있어서 ‘된장’을 넣어 봤는데 그녀의 직감이 적중했다.

글=황인숙 광주시 복지건강국장

# 전통 방식·뉴 버전 가미된 저염식 된장

해마다 가을이면 강봉덕씨는 나주에서 농사짓는 농부로부터 친환경 콩을 40㎏짜리 10여 자루를 공수한다. 본가에서 하루 날 잡아 콩을 씻어서 불리고, 삶은 후 곱게 갈아 메주를 만든다.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 활동해 발효되도록 볏짚을 깔고 메주를 올려 따뜻한 방에서 한 달 정도 띄운다. 이후, 메주는 속까지 잘 마르고 발효되도록 자연 햇살을 쬐고 바람을 맞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산뜻한 된장 맛이 나도록 메주를 신문에 돌돌 말아 따뜻한 방에서 4-5일 정도 발효시킨 후, 신문을 벗겨 또 다시 천연 햇빛에 말려야 한다. 대략 한 달간 메주를 띄우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녀는 야무진 손길로 잘 띄운 메주를 방에 저장해 뒀다가 2월이 되면 메주에 핀 곰팡이를 깨끗이 씻어 장을 담근다. 해남에서 조달받아 짠맛을 빼기 위해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물에 풀고 메주를 띄우는데 염도는 계란을 띄워 맞춘다.

뜨거운 짚불로 소독시킨 전통 옹기에 장을 담그고 잡균을 잡아주는 빨간 건고추와 검정 숯을 넣는다. 100일 정도 지나면 장을 따로 분리시키고 메주는 된장을 담근다. 그리고 저염식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넣는 ‘특별한 가루’가 있다. 바로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볶은 고추씨 가루, 콩가루’다.

으깬 메주덩어리에 이 가루들을 첨가해 50여개 전통 항아리에 숙성시키고 제대로 된장 맛이 나도록 2년을 기다려야한다. 이렇게 공력을 들이는 된장은 30년 넘게 변함없이 그녀가 지켜온 자존심이다.

광주시 서구 매월동에 자리한 매월 흑염소가든. ‘흑염소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고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차별화된 된장으로 신의 한 수 부리는‘흑염소탕’

이곳 된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인기메뉴는 ‘흑염소탕’. 된장 맛이 살려면 뭐니해도 흑염소 고기가 좋아야하는 법. 이 집은 강진, 전북 순창 등 5군데 직영농장에서 1년이나 1년 반 정도 방목으로 키운 흑염소만을 고집한다.

해썹(HACCP)시설이 된 화순 도축장에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흑염소를 공급받으면 먼저 육수를 내는데 큰 아들 송일도씨의 몫이다. 육수는 신선도 좋은 흑염소의 뼈와 고기로 낸다. 3차례 뼈를 우려낸 육수와 고기를 삶아낸 육수는 적당한 비율로 섞는다.

여기에 궁합에 맞는 칡넝쿨, 계피, 구기자 등 8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을 넣고, 된장과 물고추 간 것, 들깨가루로 만든 소스를 풀어 팔팔 끓이다가 삶은 고기를 넣어 뚝배기에 담으면 흑염소탕 완성. 얼큰하고 진~한 국물은 먹을수록 감칠나고, 흑염소 고기는 누린내 때문에 꺼려했던 이들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린다. 가히 흑염소탕에서 신의 한 수를 느끼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급 부위로 즐기는 흑염소 전골과 수육

이 집의 흑염소탕에 반하면 전골과 수육까지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전골과 수육은 고기 부위가 특별하다. 구수하고 쫄깃한 ‘갈빗살’과 ‘앞다리살’이 전골과 수육에 제격이다. 전골은 흑염소 뼈와 고기로 우려낸 육수에 갈빗살과 버섯, 깻잎, 부추 등을 넣어 적당히 끓이는데, 들깨가루를 섞은 새콤달콤한 초장에 찍어 먹으면 환상의 조화다.

쫀득한 갈빗살과 앞다리살에 살짝 데친 부추와 깻잎, 팽이버섯을 얹어 들깨가루 초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흑염소 수육은 일품이다. 씹을수록 흑염소 고기의 풍미는 입 안에서 은은하게 맴돈다. 이 때, 특별 한약재와 소주로 담근 향긋한 ‘삼지구엽초주’를 한 잔 걸치면 입은 탄성을 자아낸다.

# 흑염소에 100년 역사·가치 담고파

흑염소 고기의 맛있는 반란을 일으킨 ‘매월 흑염소 가든’. 이 집 맛에 반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매출이 ‘억’ 소리를 낼 정도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남도 땅에서 나는 산물과 청정 햇살, 정성이 버무린 이 집의 된장이 흑염소 고기를 감칠 나게 살려준다. 둘째 아들 송진호 사장은 차별화된 흑염소 요리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흑염소에 100년의 역사와 가치를 담아내는 일은 지금처럼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우직한 손맛을 지켜가는 이 집의 마인드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