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년에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조명한 영화 ‘택시운전사’로, 또 며칠 전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계엄군이 비무장상태의 광주시민들을 향해 헬기사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당시 시민을 향한 군의 헬기사격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5월21일부터 계엄사령부는 문서 또는 구두로 수차례에 걸쳐 헬기 사격을 지시했으며, 인적이 드문 조선대 뒤편 절개지에 AH-1J 코브라 헬기 벌컨포 위협사격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오래 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이 얼마나 끔찍했는가를 외부에 알린 사람이다. 바로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을 지냈던 헌트리(Charles Betts Huntley)다. 한국 이름이 허철선인 헌트리 목사는 1980년 당시 광주 5·18의 역사적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허 목사는 사진을 찍었고, 기자출신이었던 그의 부인 허마르다는 글을 써서 광주의 급박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이들 부부는 5·18 사진을 비밀리에 자신들이 거처했던 선교사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나온 대부분의 사진이 헌트리 목사에 의해 제공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계엄군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의 모습이나 시신이 안치된 현장을 잡은 사진이었다. 이 자료들은 거짓 보도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한다. 군에 의해 사진이 번번이 압수당하자 사택 지하에 암실을 만들어 고립된 광주의 진실을 미국과 독일, 세계로 전송했다. 독어와 외국어에 능통한 허철선 목사는 독일기자 피터를 비롯해 20여명 이상을 사택에 피신시키고 숨겨 주기도 했다. 5·18 당시 헌트리 목사 집엔 많은 사람들이 피신해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적극 활동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헌트리 목사의 도움으로 기거하게 된 것이다.

또 청문회 때는 증언자로 나서 5·18 가해자들이 처벌되는데 일조했다. 그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7년만인 작년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나 그로부터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26일 향년 81세를 일기로 타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소식을 접한 광주 기독계는 장례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구 양림동 헌트리 목사 자택에 빈소를 마련했으며, 수피아여고 커티스메모리얼홀에서 추모예배를 가진 바 있다. 미국에서도 그가 보여준 헌신적인 활동에 3백여명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고 한다. 5·18기념재단은 오는 5월 부인 허마르다(Mrs. Martha L. Huntley)를 초청하기로 했다. 허마르다 여사는 딸 메리(Mary Lanier)와 함께 가족이 내광할 예정이다. 허철선을 기억하며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환영의 밤을 가질 계획이다. 또 작가들은 5월1일부터 8일까지 양림미술관에서 또 5월10일부터 18일까지 오월 어머니집에서 전시회를 하려고 한다.

이제 광주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당시 광주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참회, 발고, 또는 증언으로 울분을 더 이상 안으로 삼키지 않고 밖으로 뱉어내려는 참이다. 더불어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며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광주정신으로 다져내고자 한다. 허철선 사택은 5·18 당시 사진을 인화했던 암실이 있는 역사적 장소다. 헌트리 사택을 비롯하여 피터슨사택도 5·18 민주화항쟁 당시 상공의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림동의 선교사 사택은 오월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5·18유적지다. 허철선 목사를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진실과 정의의 빛을 밝히려 했던 그의 노력이 과거의 몸부림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에너지원이자 광주정신으로 승화되길 희망한다. 광주를 사랑했던, 우리의 친구, 허철선 목사를 우리 모두가 모두 기억하자. 그게 바로 광주의 비극이 비극으로 종결되지 않고 밝은 미래를 여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