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란 한 나라에 정권획득을 위하여 경쟁하는 정당이 3개 이상 있는 경우이다.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몇 개의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를 운영하기도 한다. 다당제에서는 국민 각 계층의 다양한 소수의견이 잘 반영되고 정당끼리 대립할 때 중재하기 쉽다. 또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정권 교체가 기동성 있게 이루어진다. 반면 정당의 난립으로 정치가 불안정하여 능률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우며, 정치권 통합이 어려워서 정실적(情實的) 요소가 개입되거나 정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정당체제를 채용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스위스 등이다. 과거에는 정국 안정을 위해서 양당제를 가장 적절한 정당체제로 여겼으나 오늘날에는 다당제 형태에서도 정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다양한 소수계층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정치형태로 본다.

우리나라 정치는 오랫동안 보수와 진보, 양당구도를 유지하다 2016년 총선때 국민의당 등장으로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다. 호남은 오랫동안 민주당 독점제에서 이제 갓 양당 구도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들어 국민의당이 쪼개지면서 사상 초유의 3당 구도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적어도 6·13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적극적인 경쟁에다 자유한국당, 정의당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후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그동안 호남정치사에서 이렇게 많은 당이 경쟁해본 적은 없다. 제대로 정정당당하게 정책대결을 한다면 참으로 볼만한 정치게임이 될 것 같다.

잘알다시피 양당구도였던 우리 정치에는 승자와 패자만 존재했다. 승리한 정당은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배한 정당은 배제돼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그러다보니, 정부·여당은 대통령과 측근에 기대어 여론의 비판에는 귀를 닫았고, 야당은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제1야당의 기득권을 누렸다. 이런 이분법적 양당제는 거대 양당의 진영싸움을 고착화시키면서 이분법적 정치프레임에 갇혀 지역·이념갈등과 중첩돼 분열·대결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희귀하게도 전 국민이 이런 양당구도의 갈등과 폐해를 경험하는 중에도 호남지방정부는 양당 대결구도가 아니라 한당의 독점체제가 지속되었다. 한 당이 사실상 집행부와 의회를 독점하면서 정책경쟁 정치대결이 생략되었다. 그로 인한 폐해는 양당구도보다 더 나쁜 사례였다.

이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당 미래당 민평당 3당이 경쟁적으로 후보를 낸다면 처음으로 3당이 경쟁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서로 약진하여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에 3당 이상의 지방의원이 존재해 치열하게 정책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호남에서 경쟁하게 될 3당은 잘못된 관행을 끼리끼리 허용하는 낡은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남용하는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획기적인 공천 개혁을 포함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줌으로써 오랜만에 조성된 지방정치에서 다당제 장점이 드러나도록 해야한다.

그동안 광주·전남에서는 27개 기초의회 2개 광역의회에서 독점 또는 양당정치가 지속되면서 대화와 타협이 없는 거수기 의회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힘들게 토론하고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투표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다수당이 독단적으로 주도하는 반쪽짜리 의회로 전락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제3당이라는 것은 바람을 타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패턴을 보였다. 우리나라 정치적인 토양에서는 중도 세력이 자리 잡지 못하는 환경때문이다. 양당제에 대한 지역주의 비판이 있지만 정치권은 그것을 이용했고, 유권자는 반응했다. 이제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때문에, 정책을 가지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진보의 한 축이었던 호남정치에서의 3당 실험은 매우 중요한 정치변화이자 지방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고인물이 썩듯이 정체된 권력구조 일당체제는 부패했다. 가까운 지방정부를 통해 지역민들이 목도한 바다. 지역민들은 이번 기회에 지방의회에도 다양한 정당이 진출해 지역민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그들이 정당을 위해 일하지 않고 지역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견제와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도 3당 이상이 존재해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을 극복하고 다당제를 정착시킴으로써 담합과 대결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간다면 지역정치도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할 것이다.

6·13지방정부를 가장 훌륭하게 만드는 방법은, 각 정당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먼저 보아야 한다.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 그러면 각 정당에서 가장 최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들어와 정책경쟁하면서, 때로는 합의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상생의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토론과 논쟁이 실종된 지방의회 지방정부는 최고의 효율을 내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다당구도가 잘 작동되면,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과 연동되면서 더 큰 시너지, 지역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

부디, 지역민들은 다당 구도를 비판만할 게 아니라 다당구도를 잘 활용해 정치선진지역인 광주·전남에서 가장 민주적인 지방정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가장 혼란스런 지금이 호남정치를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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