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괘(履卦)의 초효는 ‘소리 왕무구’(素履 往无咎)다. 즉, ‘본래 밟아 나가는 대로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는 의미다. 소리(素履)의 ‘소’(素)는 무늬나 장식을 하지 않아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천연이고 있는 그대로니 평소 하던 대로 소박하게 꾸밈이나 가식이 없이 추진하면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초구는 양의 자리에 양효가 있는데 비효(比爻)도 없고 응효(應爻)도 없어서 사람들이 환영해 주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혼자서 자신의 소질이나 힘을 기르고 평소 하던 대로 밝게 나가야 한다. 또한 초구는 일의 처음이니 이괘(履卦)의 예의를 처음 배우는 첫 단계고 아직은 호랑이의 위험에도 가깝지 않아서 혼자서 갈 수 있다. 이를 상전에서 ‘독행원야’(獨行願也)라 해 혼자 바라는 바를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점해 초효를 얻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과 소질을 길러 나아가야 한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환영해 주지도 않는다. 본인도 고집이 세고 스스로 너무 옳다고 주장한 나머지 남과 융화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평소에 하던 일을 추진해 나가면 허물이 없다. 사업에 있어서는 친척,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의 힘으로 추진하고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우려되는 때이다. 초구가 변하면 천수송(天水訟) 괘가 되므로 남과 다툼이 일어나거나 자신의 재능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돼 실패할 수 있다. 시험의 경우는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오히려 성공할 수 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추진하면 좋지만 만일 감당하지 못할 일을 손대거나, 농사짓던 사람이 도시에 나가 근로자가 되려고 하는 전업, 이전 등은 성격과 소질이 맞지 않아 흉화를 초래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 독력으로 추진해야 하니 공동사업 등은 동료 간에 금이 가 실패로 돌아간다. 초구가 동하면 하괘가 태변감(兌變坎)하니 기다리는 사람은 어려움에 놓여 소식이 없고, 가출인은 돌아오기 힘들다. 결혼 등은 도와줄 부모, 형제가 없는 고독한 사람이니 성사되기 어렵고 잉태도 어렵다. 병은 초효이니 다리가 아프고 내괘가 태이니 설사, 역병 등이 잠복돼 있는 초기로 아직은 가볍다고 볼 수 있다.

구이의 효사는 ‘이도탄탄 유인정길’(履道坦坦 幽人貞吉)이다. 즉 ‘밟고 나아가는 길이 탄탄하니 유인(은거하는 사람 등)이라도 바르고 길하다’는 의미다. 초구는 소리(素履)이니 하던 대로 그대로 해나가면 길(吉)이지만 구이는 탄탄(坦坦)한 길로 평평하고 장애가 없다. 구이의 효는 중(中)을 득하고 있어 밟아 나가는데 굴곡이 없고 위험한 데를 밟지 않고 안전하게 나갈 수 있다.

‘유인’(幽人)이라는 말은 산중에 은거하는 사람으로 이 세상을 떠나 스스로 강중(剛中)의 덕을 가지고 있으므로 울분 등 자신의 감정 등에 좌우되지 않고 자아를 고집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세상풍파와 영욕 등에 마음을 상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도를 밟아가고 있음으로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구이는 양으로 스스로 강하고 응효의 위치에 있는 구오도 양이기 때문에 서로 상응하지 않아 군효인 구오는 구이를 발탁하지는 않기 때문에 세상에 나오지는 못한다. 따라서 구이는 병원이나 감옥에 갇힌 사람 또는 산속에서 수도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밟아 가면 탄탄하다는 것이니 새로운 일 등을 추진하면 안 되고 그윽하게 갇혀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해 이괘(履卦)의 구이를 얻으면 새로운 일의 추진은 안 된다. 초구와 마찬가지로 고독한 상태고 손윗사람이나 선배, 친구 등의 조력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선거, 취업 등은 어렵다. 오히려 밀려나고 사퇴하거나 한 발짝 물러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구이가 동해 이괘가 천뢰무망괘로 변하면 무망(无妄)은 ‘자연의 순리에 맡겨라’는 의미이니 무슨 일이든지 무리하지 말고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조용히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개운(開運) 비법이다. 가출인이나 기다리는 사람은 산속 등에 은거해 돌아오기 힘들고 분실물은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찾기 힘들다. 결혼은 상대가 응하지 않아 성사되기 어렵고 잉태는 건포괘(乾包卦) 속에 일음(一陰)이 있어 잉태했다.

이괘 육삼의 효사는 ‘묘능시 파능이 이호미 질인흉, 무인위우대군’(?能視 跛能履 履虎尾 븐襤?武人爲于大君)이다. 즉 ‘애꾸눈도 능히 잘 보고 절름발이도 능히 잘 걷는다. 호랑이 꼬리를 밟으니 사람을 물어 흉하다. 무인의 낮은 사람이 인군이 되려한다’는 의미다. 육삼은 양의 자리에 음효가 있으니 부중부정(不中不正)의 효로 약한 것이 분수 외의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예의를 지키지 못하고 기(氣)만 강하고 힘은 없어 몸은 강하지 않음에도 장부의 뒤를 따라가다가 호랑이 꼬리를 밟아 위험에 빠져 버리는 때이다. 신중히 물러서 있으면 형통할 수 있지만 너무 자만해서 예의를 지키지 못해 호랑이에게 물릴 위험이 있다. 즉 자기 눈은 애꾸눈인데 명료하게 잘 보인다고 하고, 다리는 절름발이인데 건강하게 잘 걸을 수 있다고 고집부리고 있다. 힘이 약한데 야망이 너무 커서 대군처럼 흉내 내다가 흉에 빠져 버린다는 것이다.

애꾸눈 묘(?)는 호괘 2, 3, 4효가 내외괘에 걸쳐있는 이화의 상이고 절름발이 파(跛)는 호괘 3, 4, 5효가 내외괘에 걸쳐 있는 손풍의 상이다. 호랑이는 외괘의 건(乾),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 버리는 입은 내괘 태(兌), 따라서 입 위에 호랑이가 있으니 호랑이가 꼬리를 밟히면 갑자기 뒤를 보고 입을 열어 뒤 따라가는 사람은 문다는 의미가 된다. 점해 육삼을 얻으면 운세의 시기는 망진해 일을 망치기 쉬운 때다. 사람의 성질은 비뚤어져 있고 질투심이 많으며 자만심이 강한 음험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랫사람에게 교만하고 스트레스는 주는 스타일이다.

사업·전업·취업·혼인 등은 쓸모없는 일에 손을 대거나 감당하지 못할 일을 맡거나 해 실패 실수하는 일이 많은 시기이니 무리하지 않아야 하고 넘볼 수 없는 사람과 자리를 탐내 성사되지 않는다. 분실물은 숨어버려서 찾을 수 없고 가출인은 꿈속의 망상을 안고 도회지로 나가 버렸다. 병은 다리와 허리의 열통, 전신의 부종, 언어불명, 불식(不食), 여자인 경우는 음문의 종기, 혈괴 등 중태인 병세다. 날씨는 흐리다가 맑고 청명해 진다./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